이재용 부회장, 핵심 계열사 지분확보
패션과 소재에 이어 화학 분야도 사업 재편 이어가




  • 삼성SDS가 상장에 따라 그간 진행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세 경영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SDS 측은 계열사간 ‘사업 효율성 극대화’와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의 도약’ 절차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 상장은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3세 경영’ 체제를 다지기 위한 발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DS는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가 지분율 22.58%로 최대주주이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는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보유 가치는 1조3000억원,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지분 가치는 각각 4,500억원에 이른다. 

    삼성SDS는 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놓인 기업이어서 3세가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 지분율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는 삼성SDS 지분을 매각하거나 맞교환해 핵심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해 순환출자·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고 이서현·이부진 사장은 삼성SDS 지분을 넘기고 비(非) IT계열사 지분을 받는 식으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는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3세 체제' 확립이 어려워 작년 말부터 계열사 간 사업영역을 조정하고 지분 관계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은 작년 12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1조원에 양수할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삼성에버랜드 측은 기존 사업의 지적 성장 및 사업 시너지 창출과 수주업 중심의 사업구조 개선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그룹은 대대적인 재편 작업 진행에 한창이다. 

    작년 패션사업을 떼어낸 제일모직은 오는 6월까지 삼성 SDI와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한 삼성 에버랜드는 건물 관리업을 에스원에 양도했으며, 급식사업체인 웰스토리를 분사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대주주이면서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리조트와 패션부문 사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는 향후 3세 경영 승계의 핵심을 쥐고 있는 회사로써 추후 이 곳의 추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패션과 소재에 이어 삼성은 화학 분야에 대한 사업 재편에도 한창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4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에 대한 합병을 결의하면서 화학 사업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다음 사업 재편을 중공업 및 건설, 금융 분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작년 12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2641억원에 매입하면서 삼성카드에 대한 지분율이 34.41%로 확대됐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는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계열사 지분율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삼성SDS의 상장 역시 ‘지분율 끌어올리기’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계열사를 금융·IT·산업재로 묶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작업이 좀 더 이어지다가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견고히 하기 위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