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서 돈 벌어 '낸드' 증설 경쟁삼성전자-도시바-SK하이닉스-마이크론 4파전
  • ▲ 지난 9일 준공식을 하고 가동에 들어간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
    ▲ 지난 9일 준공식을 하고 가동에 들어간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

반도체 시장이 또 한 번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평정된 'D램 시장'의 치킨게임이 이번에는 '낸드플래시'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 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의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정보를 저정하는 건 D램과 같지만 전원이 없는 상태서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를 말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낸드플래시의 시설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치킨 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점춰진다. 

D램 시장서 한 바탕 불고 간 극한의 싸움이 '낸드플래시'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기업만이 차세대 낸드플래시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치킨게임 끝난 D램 시장, 수요 늘어나 '호황'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치킨게임서 살아남은 업체다. 같이 경쟁을 벌이던 일본의 엘피다는 지난 2012년 미국 마이크론에 팔렸다. 10여년을 끌어오던 싸움이 막을 내린 것이다. 

최후의 승자가 된 세 업체는 D램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수익이라는 열매를 먹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까지 치솟았다. 그야말로 'D램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 보안지원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윈도XP 사용자가 상위 버전인 윈도7, 윈도8로 옮겨가거나 새로운 PC를 구입하다 보니 '메모리'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PC 운영체제 중 윈도XP의 사용자는 15%를 넘는다. 

여기에 스마트폰과 TV 시장의 경쟁도 D램 가격 상승에 부채질을 했다. 최신 스마트폰 출시를 앞둔 전자업체들이 모바일 D램 주문에 들어가면서 '수요 과잉'을 불러왔다. 차세대 UHD TV가 늘어난 것도 D램 가격 상승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D램 가격이 향후 안정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낸드플래시에 과감한 투자… 전쟁 예고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D램으로 호황을 누리는 동시에 언제 촉발될지 모를 '낸드플래시' 치킨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한 번의 싸움을 치러 본 이력이 있기에 '전술'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 D램으로 얻은 안정적인 수익으로 설비투자를 늘려 미래 '낸드플래시'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낸드플래시 전문 업체인 도시바까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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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중국 시안에 3D낸드 공장을 준공했다. 7조 5천여 억 원을 투자한 이번 공장은 지난 2012년 9월 기공 이후 20개월 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시안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가동으로 한국, 중국, 미국을 연결하는 '글로벌 반도체 생산 3거점 체제'를 구축했다는데 무게를 실었다. 

여기서는 한국에서 이미 성능과 양산성을 확인한 10나노급 낸드플래시(V-NAND) 메모리를 두 번째로 생산하게 된다.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D램과 낸드를 같이 만들던 청주 M12라인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바꾸며 생산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마이크론도 싱가포르 D램 공장을 낸드플래시 전용으로 바꿨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낸드플래시 원조인 일본 도시바도 설비투자에 승부수를 던졌다. 앞으로 3년간 낸드플래시 반도체 설비에 총 7000억엔(약 7조원)을 투자하려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도시바는 제휴회사인 미국 반도체 샌디스크와 투자를 절반씩 분담할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은 34.7%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도시바는 32.2%로 2위다. 그 뒤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3위와 4위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