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기 상품 판매로 과거 고금리에 발목 잡히지 않아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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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생명보험업계 빅3인 삼성과 한화, 교보생명이 잇따라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섰다. 하지만 손해보험업계에는 이러한 칼바람이 불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다음 달까지 수백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계열사 전직지원 등을 통해 1000여명을, 한화생명은 5년 만에 300명 가량을 감원했다.

    생보업계와는 달리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 등 대형 손보사들은 아직까지 인력감축이나 구조조정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삼성화재가 계열사 전직지원을 통한 인원 조정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생보업계 감축 칼바람의 원인은 저금리다. 저금리 지속으로 인한 역마진을 버티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저금리는 손보업계들도 겪고 있는 문제다.

    똑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생보사는 인력감축을 하고 손보사는 버티고 있는 이유는 판매하는 상품의 차이에서 온다.

    ◇ 중·단기 상품 위주 판매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5~10년의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했다. 이들은 지난 2000년대 이전 연 6.5% 이상의 고금리 확정금리 상품 비중이 높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적립금 중 고정금리로 돌아가는 비중이 48.5%, 한화생명은 57.1%에 달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변동이율상품을 주로 판매했지만 고금리 확정금리형 상품의 만기 도래를 위한 준비금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국내 생보사의 보험료 적립금 평균 부담금리는 5.2%인 반면 운용자산 이익률은 4.5%에 그치며 0.7%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일본 생보업계에서는 지난 1997년 일본 내 자산규모 15위였던 닛산생명을 시작으로 도호생명, 다이하쿠, 다이쇼, 지요다, 교에이 등 7개사가 도미노 파산한 바 있다. 이들은 저금리 현상으로 역마진이 커지고 자산운용에서 손실을 거듭하며 간판을 내렸다.

    생보사와 달리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같은 중·단기 상품을 많이 팔았다. 때문에 과거 금리가 높던 시절에 판매했던 상품들이 아직까지 발목을 잡는 경우가 적다.

    ◇ 자동차보험 손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극복

    손보사들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도 한몫 한다.

    자동차보험으로 인해 손해를 보고 있지만 다른 상품들이 이를 메꿔주기 때문이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손보사 평균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7.8%로 전년 84.0%에 비해 3.8% 포인트 악화됐다. 업계에서 말하는 적정 손해율인 7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중소형 손보사들은 개인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덜 받는 영업용과 업무용 차량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올리며 이에 대비한 상황이다.

    하지만 손보업계가 자동차보험 손해를 버텨낸 이유는 따로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보·메리츠화재 등 국내 손보사 빅5의 원수보험료 중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9%에 불과했다.

    ◇ 장기적으로는 손보업계도 위험

    일각에서는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된다면 손보업계에도 조만간 감원 칼바람이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저금리 상황에서 자산운용 수익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자동차보험의 적자는 갈수록 심화되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료를 높이는 방법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구조는 악화되고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도 거의 위기상황에 봉착한 것 같다"며 "결국 생보사들처럼 구조조정 수순으로 가게 될 확률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