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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해보험의 강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KB금융지주가 제대로 시도도 못해보고 낙마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내분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실시된 LIG손보 본입찰에는 KB금융,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보고펀드), 자베즈 파트너스·새마을금고 컨소시엄, 중국 푸싱그룹 등 5개사 뛰어들었다. 이 중 KB금융과 동양생명은 가장 높은 6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IG손보 매각은 인수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경매 호가식 재협상(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타사의 제시 가격은 추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KB금융은 뜻밖의 변수들로 어부지리격으로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LIG손보 노조가 KB금융의 강력한 경쟁자들에 대해 비판을 쏟아놨기 때문이다.
LIG손보 노조는 지난 22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롯데그룹의 LIG손보 인수포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의 인수를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는 "롯데그룹이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한 후 지난 7년 동안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축소되고, 손익 역시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복리후생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밝혔다.
LIG손보 노조는 중국 푸싱그룹이나 사모펀드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분위기다. 실질적으로 남은 곳은 KB금융 밖에 없다. 조중배 LIG손보 노조 부지부장은 "KB금융의 경우 지주 내에 손보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손보산업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보장 등에 있어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며 KB를 반긴다는 뜻을 내비쳤다.
LIG손보 노조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정작 KB금융의 인수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의 충돌로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는 KB금융이 본입찰 이후 입찰가격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지 알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어윤대 전 회장이 이사회와 갈등을 일으키며 ING생명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처럼 임영록 회장 또한 내부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경영진까지 문책한다는 입장이다. 만약 KB금융의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KB금융은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한다고 해도 대주주 걱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법상 인수합병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지만 징계를 받은 금융사가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 따른다.
실제 지난 2004년 기관경고를 받은 국민은행은 당시 KGI증권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증권거래법에 따르면 기관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은 금융기관은 3년 동안 증권사의 지배주주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