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대표단 교체하고 고소 취하키로


[사진설명=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삼성전자 측(왼쪽)과 반올림 측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착석해 있는 모습.@연합뉴스 제공]


반도체·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에 걸린 삼성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가 5개월 만에 재개돼 관심을 모았다.

29일 삼성 측에 따르면 회사 측과 삼성 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지난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회동,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장인 이인용 사장을 비롯해 반올림 측에서는 공유정옥 간사와 황상기씨 등 9명이 참석해 2시간여 동안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이 사장은 반올림 측에 직접 사과한 뒤 대화를 전향적으로 풀어가기 위해 대표단을 새로 구성하고 신뢰 회복을 위해 그동안 제기한 고소를 취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앞으로 협상에 참가할 삼성측의 새 대표단은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의 백수현 전무 등 5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삼성 측은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중재조정기구 구성을 제안했으나, 반올림 측의 의견에 따라 우선 양측이 직접 대화를 해나가다가 벽에 부딪치면 중재조정기구를 검토하기로 했다.

양측은 앞으로 사과, 보상, 재발방지 등 3가지 핵심 의제에 대해 성실하게 대화하고, 이를 위해 실무자 협의를 거쳐 조속히 다음 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양측은 다음달부터 실무 교섭팀이 주축이 돼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회동을 마친 뒤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문제가 잘 해결돼 가족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드릴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대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상기씨는 "다른 교섭 때보다 상당히 진도가 나갔다"며 "특히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서 좋았다"고 평가했다.

황씨는 삼성전자의 기흥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여성노동자 황유미(당시 23세)씨의 부친이다. 

삼성 직업병 문제는 황씨가 처음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신청을 하는 등 피해보상 신청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이날 회동은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14일 사과와 함께 피해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서 꾸려진 첫 대화자리다.

양측은 직업병 문제가 불거진 지 6년 만인 지난해 1월 삼성전자의 대화 제의를 반올림이 받아들이면서 처음 대화를 시작한 뒤 10개월여 동안 다섯 차례의 실무협의를 거쳐 12월 본협상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피해자 위임장 문제에 발목이 잡혀 본협상은 시작하자마자 중단됐다.

그러다 삼성전자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제안한 중재안을 조건 없이 수용하면서 다시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이에 따라 7년을 끌어온 삼성 직업병 문제가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