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대표이사행 기습 번복 … 한양증권 잔류KCGI M&A 이슈 영향 … “개인적 사유 따른 결정 아냐”시장선 전례 없는 일 … 임직원 간 신뢰 저하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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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양증권
"최합(최종합격)한 회사에 못갈 것 같은데 죄송하다는 편지라도 남겨야겠죠?"직장인 소셜 플랫폼 블라인드 등에는 위와 같은 고민 글이 종종 올라오곤 한다. 이와 비슷한 일이 증권업계에서 벌어졌는데 체급이 다르다. 일반 사원이 아닌 대표이사 내정자의 의사 번복으로 대표이사 취임이 없던일이 되어버리며 논란이 되고 있다.다올투자증권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던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가 돌연 결정을 번복하고 잔류를 선택한 일이다.앞서 다올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으며 이사회에서도 사내이사 선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오는 21일 열릴 정기주총을 통해 임 대표를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한 이후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직에 올릴 예정이었다.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임 대표가 돌연 한양증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임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다올투자증권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새로운 도전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해당 결정을 변경하고 한양증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는 KCGI의 한양증권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KCGI는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 중인데, 국세청이 이번 주 초 KCGI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가면서 인수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서다.다올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이미 임 대표는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다올투자증권 경영진들과 차기 대표이사에 합류하기로 합의한 데다 사전에 어떤 상황공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임 대표는 다올투자증권행을 철회하기 직전까지도 임직원들과 만나 향후 경영활동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다올투자증권은 주주총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외부 인력을 수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임추위는 황준호 현 대표이사 사장을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황 사장은 임 대표의 합류 이후 부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전반에 대한 관리를 맡을 예정이었다.업계에서도 황당하다는 평이다. 평사원도 타사 이동에 대한 조율을 마쳤을 때는 그대로 이동하거나 큰 변수가 있을 경우에는 회사 측에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특히나 회사의 중대사를 직접 결정하는 대표이사가 개인 변심으로 이동을 번복한 것은 전례가 없고 임직원 간 신뢰까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때문에 다올투자증권 임직원과 경영활동 계획 수립 과정에서 트러블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임 대표가 ‘대표이사’의 이름을 가벼이 여겼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표는 회사의 경영뿐만 아니라 임직원의 생계, 상장사일 경우 투자자까지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사소한 결정에도 신중해야 한다”며 “내부 사정을 알 순 없지만, 시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일을 기습 발표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임 대표는 이번 결정이 개인적인 사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인적 사유가 아닌 M&A와 관계된 여러 변수와 현직 CEO로써의 역할과 책임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며 “저를 비롯한 경영진은 대주주가 바뀌면서 생길 조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의 입장이나 이해관계보다는 조직의 안정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다만, 거취 번복 결정이 시장 전반에 혼란을 불러일으킨 만큼 도의적인 비판에서는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임 대표와 한양증권은 시장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 고민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