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3등급 … ABL·동양생명 인수 '차질'당국 '자본의 질' 개선 …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강화업계 "매물 매력도 낮아 … 상반기 中 매각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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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매각이 줄줄이 무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보험사들은 가격 조율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자본 규제 강화로 추가 자본 확충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원매자 확보가 한층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보험사 매각, 줄줄이 무산… '넘어야 할 산' 많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번 주 내 금융위원회와 우리금융에 이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이에 따라 ABL·동양생명 인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행 금융당국 규정상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1조2840억원)과 ABL생명(2654억원)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그러나 인수 절차가 지연될 경우 계약금 1500억원을 몰취당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다만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 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인수가 가능하다.MG손보 매각도 다시 난항에 빠졌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2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노조와의 고용 승계 협상이 결렬되면서 지난 13일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메리츠는 직원 10% 고용 승계와 퇴직위로금 250억원 지급을 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노조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협상이 무산되면서 MG손보의 매각이 다섯 번째로 불발됐다.업계에서는 정상적인 매각이 어려워진 만큼 가교보험사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롯데손보 역시 매각이 지연되고 있다.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2조원대 매각가를 희망하지만 시장에서는 1조원대가 적정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매각가 조정이 어려운 가운데 재무 건전성 악화까지 겹치면서 매각 매력도도 낮아진 상태다. 롯데손보의 지난해 순이익은 272억원으로 전년 대비 91% 급감했으며, 신지급여력(K-ICS·킥스) 비율도 159.8%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 매각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며 "업황 악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으로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당국 자본 규제 강화 … 보험사 매각 '빨간불'보험사 매각이 지연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열린 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발표된 ‘보험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에는 킥스 비율 권고치를 기존 150%에서 130~140% 수준으로 낮추고,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 발행을 통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자 부담 증가와 수익성 저하로 인해 자본의 질이 악화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기존에 금융당국의 경영실태평가 참고 지표로만 활용됐다. 실제로 2023년 3월 말 145.1%였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132.6%로 하락했다.기본자본 비율에는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이 포함되며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보완자본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규제 기준 충족을 위해 추가 증자나 이익잉여금 축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이는 보험사 매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손보(11.1%)와 MG손보(9.3%)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전체 보험사 중 최저 수준이며, ABL생명(93.9%)과 동양생명(89.4%)도 100%를 밑돌고 있다.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낮으면 원매자가 인수 후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등 보완자본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는 규제 강화로 인해 경영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한편,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중 스트레스 테스트 및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개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연말부터는 보험업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본격적인 규제 적용이 시작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원매자 입장에서 기본 자본 킥스 비율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매력도를 저하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