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갈등 계속되면 조직 손해 막심… 어린 아이도 아는 사실""언론의 보도 행태가 갈등 부추겨… 흥미 위주의 보도 지양해야"
  • ▲ 백련사 주지 승원스님 ⓒ 백련사 제공
    ▲ 백련사 주지 승원스님 ⓒ 백련사 제공
    국민은행 경영진이 지난 달 26~27일 1박 2일 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경징계를 결정한 다음 날이었다. 이들은 산사(山寺)에서의 하룻밤을 통해 그 동안 묵은 앙금을 씻어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기 위해 뜻을 모으는 듯 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몇몇 언론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이 다투었다"는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템플스테이 첫날 밤, 방 배정 문제를 놓고 양 측이 다투다가 이 행장이 자리를 박차고 절을 떠나버렸다는 내용이다.

화합을 다지려고 떠난 템플스테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뉴데일리경제>가 KB 임원진 템플스테이 행사 현장인 경기 가평군 백련사를 찾아가 주지스님인 승원스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승원스님은 "높으신 분들이 오기에 나름 정성을 다해 대접했고, 마음을 안정시킨 후 돌아가시길 바랐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며 "갈등을 내려놓고 다툼을 멈춰야 KB의 미래가 보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승원스님은 그러면서 대한민국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두 임원의 갈등에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한 몫을 했다. 언론이 두 사람을 대결 구도로 몰아넣으니 이들의 소모적인 싸움이 더욱 커지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승원스님과의 인터뷰 전문.

☞ 갑자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놀라셨을 것 같다

- 나도 금요일 신문을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갈등 이야기를 듣게 됐다. 많이 당황스럽다. 우리는 높으신 분들이 오신다기에, 나름 신경을 많이 썼다. 행여나 침구류에 때라도 묻어있지 않을까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음식도 일반 참배객에 비해 신경을 많이 썼다. 마지막 날 점심 땐 손이 많이 가는 콩국수까지 준비했다.

사회에서는 어딜 가든 대접 받고 지내시던 분들 아닌가? 사회를 떠나 절에서 지내시는 동안 불편함을 느끼시지 않도록 많이 배려했다. 하지만 여긴 어쨌든 절이다. 인사말씀을 드릴 때 "사회에서 갖고 계셨던 권위의식을 1박 2일 동안만이라도 잠깐 내려놓으시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했던 게 기억난다.

☞ 개인적으로 둘째 날에 백련사를 방문했었다. 이건호 행장이 안보이긴 했지만, 갈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의 표정은 밝아보였는데?

- 그랬다. 템플스테이 내내 분위기는 좋았다. 스님과의 대화, 108배, 새벽 숲길 산행 등 모든 과정에서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마지막까지 '심기일전 향상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밝은 표정으로 헤어졌다. 기자님도 현장에 오셨다니 알 것 아닌가.

☞ 방 배정 문제 때문에 갈등을 일으켰다고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KB금융 측에서 임 회장의 방을 따로 요청한 것은 사실이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모시는 회장이고 하니, 예우 차원에서 그런 조치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임 회장이 그 방에 짐을 푼 것 까진 맞는 것 같다.

임원들끼리의 다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다. 일찍 잠자러 들어갔기에,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임 회장은 따로 잡힌 그 방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기상 후 나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코를 많이 고는 편인데, 나 때문에 다른 임원진들이 피해를 입지 않았나 걱정되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는 다음날 아침 이 행장이 없더라는 것이다. 전 날 밤에 다툼이 일어났는지, 그 때문에 자리를 박치고 나갔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 정말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한마디 하신다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말씀드리겠다. KB는 대한민국 최대의 금융회사고, 지금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단합을 통해 마음을 합치자고 모인 것 아닌가. 나는 두 리더의 갈등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갈등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초등학생도 아는 진리가 하나 있다. 같은 조직 내에서 수장들의 갈등이 계속되면 그 조직은 손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어린 아이들도 아닌 이런 명백한 사실을 높으신 분들이 모르는 것일까? 이제는 갈등을 내려놓을 때다. 다툼이 계속되면 KB라는 조직의 상처만 더욱 깊어질 뿐이다.

기자들에게도 쓴 소리 하나 하고자 한다. 남의 회사 일을 왜 흥밋거리로 다루는가? 경영진들이 싸우는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나? 흥미·가십 위주의 이 같은 보도 행태가 두 리더의 갈등 국면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한다. "언론에도 나올 정도인데, 이 싸움에서 절대로 패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두 리더가 하게 되면, 갈등은 결코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