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급 조절 실패에 쌀값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상승률 심리적 저항선 6만원 뚫린지 7개월 … 외식물가도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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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쌀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심리적 저항선인 6만원대를 돌파한 쌀값이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서민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쌀값은 여전히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19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쌀 가격은 1년 전보다 17.7% 급등했다. 전체 물가 상승률(2.0%)의 8.8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소비자가 체감하는 소매 가격 상승세는 더욱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쌀 10kg 평균 소매가격은 3만6214원으로 1년 전(2만9411원)보다 23.13% 올랐다. 평년(2만8793원) 대비로는 25.77% 뛰었다. 전월(3만5040원) 대비로도 3.35% 오르며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쌀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공급 감소가 꼽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25년산 쌀 생산량은 353만9000톤으로 전년 대비 1.3%포인트(p) 감소했다. 전체 벼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67만7514ha로 전략작물직불제,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등 적정 생산 정책 추진 영향으로 풀이됐다.등숙기(9~10월) 고온다습한 기상 여건과 일조 부족으로 깨씨무늬병과 수발아 피해가 확산하면서 생산량도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표본 농가 조사에서도 응답 농가의 46.4%가 벼 생육이 전월 대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더욱이 재고 여건도 여의치 않다. 농업경영체 벼 재고와 산지유통업체 수요 조사 결과 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재고는 평년과 전년 대비 각각 14만톤(t), 11만t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정부는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언에도 7개월째 쌀값 강세가 이어지자, 지난달 말 정부양곡 공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2월 2025년산 쌀 10만t 시장 격리를 보류하고 가공용 정부양곡 최대 6만t 추가 공급 방안을 내놓았는데도 가격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내린 조치다. 이를 두고 정부가 수급 예측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농림축산식품부는 재고 부족과 시장 수요를 고려해 15만t 이내에서 단계적으로 정부 양곡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10만t은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 물량은 가격과 수급 흐름을 점검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급 방식은 지난해와 동일한 '대여' 방식이다. 쌀값이 불안해질 경우 정부의 반납 요청에 응하는 조건으로 한시적으로 공급하는 구조다.그럼에도 쌀값은 요지부동이다. 농식품부는 정부양곡 공급 효과가 산지 쌀값과 소매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그 사이 쌀값은 외식 물가를 견인하고 있다. 1000원이 기본이었던 공깃밥 가격을 1500~2000원으로 인상한 식당도 늘고 있다.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떡은 9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년 대비 5.1% 올랐다. 이는 빵 가격 상승률(1.7%)의 3배 수준이다. 비빔밥과 된장찌개 백반, 김치찌개 백반 등도 3% 중반의 상승률을 보였다.시장에서는 쌀값 급등 배경으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목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24년 수확기 당시 초과 생산량(5만6000t)을 크게 웃도는 26만t을 시장 격리했는데, 이후 재고가 부족해지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정책도 일관성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쌀 과잉을 이유로 10만t 추가 시장격리를 추진했다가, 올해 초 이를 번복해 4만5000t은 가공용으로 용도를 제한하고, 산지 유통업체에 대여한 5만5000t은 반납 시기를 1년 연기했다.수요 예측의 정확성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가공용 쌀 소비가 전망보다 약 4만t 늘어나면서 수급 판단이 빗나갔다는 평가다.여기에 재배면적 감축 정책도 공급 부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벼 재배면적을 8만㏊ 줄인 데 이어, 올해도 9만㏊를 추가로 감축할 계획이다.일각에선 수년째 쌀값 상승이 고착화된 일본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2021년부터 일본 내 쌀 생산량이 수요량에 미치지 못한 데다, 지난해 폭염과 가뭄이 겹치면서 벼 생육이 크게 악화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여기에 지진 등에 대비한 비상용 쌀 비축 수요 증가와 정부의 비축미 방출 지연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일본 정부가 장기간 유지해 온 '생산 억제 정책'이 수급 불안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쌀값 급등 여파는 한국으로까지 이어져 일본 관광객들의 한국산 쌀 구매가 늘고 한국산 쌀의 일본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지난해 예상보다 생산량이 적었고 유통업체들이 보관하고 있는 물량이 시장에 출하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비축 물량을 방출한다는 신호를 해야 하는데, 문제는 정부가 시장에 가격 개입을 하면 역작용으로 쌀값이 폭락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