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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수한 공무원은 국회를 우회하는 톡톡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다."
세종관가에 새롭게 생겨난 우스개다.
"식물국회 보다는 차라리 동물국회가 낫다"
시커멓게 속이 타들어간다는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의 울분이다.
숱한 읍소와 간청에도 불구하고 경제살리기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8월 국회는 법안처리 '0'건으로 회기를 마쳤다. 세월호법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그렇게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경제활성화 메시지를 담은 △ 30여개 '경제법안'은 물론 △6000억원의 세월호 구상권을 행사해야할 '유병언법,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적폐를 해결할 '김영란법',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된 '재난안전관리법', △ 강력한 국가적 재난대응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정부조직법' 등이 모두 '국회 수렁'에 빠진채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경제의 불씨는 꺼지고 맥박은 멈추고 민생은 아우성이지만 국회는 여전히 태평이다.
탓을 하자는게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로 허덕이는 국민들의 한가위 민심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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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대 국회 역대급 '직무유기'...올 법안처리 8.3%, 후반기 '0'건
19대 국회의 성적표는 가히 '역대급'이다.
지난 5월 후반기 원구성후 법안처리 실적은 '0'건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들어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은 모두 1만1647건이며 이 중 3157건을 처리해 27.1%의 처리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2689건 가운데 225건만 처리해 처리율이 고작 8.3%에 그쳤다.
18대 37.5%, 17대 39.1%에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원들은 출판기념회로 수억원대의 목돈을 만들고 추석 보너스로 1인당 775만원씩의 용돈까지 챙긴 뒤 부질없는 입씨름만 하고 있다.
국회 무용론이 나온 지 오래고 국회 해산론에 국민저항권, 재정집행명령권까지 분노와 울분이 쏟아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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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총리, 경제부처들이 총출동해 국회 처리를 간청하는 경제관련 법률안은 당초 모두 30여건이었다.하지만 좀체 국회의 변화가 없자 다급해진 정부와 청와대는 이중 19건을 '꺼져가는 경제의 불씨를 살릴 시급한 법안'으로 다시 정해 국회에 요청했다. 이른바 우선 처리안건 19건이다.
먼저 지난달 1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총대를 멨다.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여당 중진 인사들이 힘을 실었다.
8월과 9월 여러차례에 걸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국무회의, 잇단 경제관련회의에서 19개 법안을 일일이 열거하며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모든 사람들의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고도 했다. 고위 당·정·청 회의의 핵심 의제 역시 '19개 경제 법안의 총력 처리'였다.
추석 연휴직전 정홍원 총리와 최경환 부총리는 '정말 마지막 기회'라며 연이어 대국민 담화문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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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처리대상인 19개 법안은 현재 평균 400여일 이상 국회에 계류중이다.
서비스업 관련 법률과 금융위법안이 모두 780일을 훌쩍 넘겼고 다른 법안들도 1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19개 법안 중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고작 3건 뿐으로 16건은 국회 상임위 법안소위를 통과 못했거나 상정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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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동물국회라도"...'간청 30건-읍소 19건-애걸 9건'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8월 국회마저 아무런 성과가 없자 답답해진 정부는 다시 19개중 9개를 추려 입법화를 애걸하고 있다.정부가 재차 요청한 법안은 △기초생활보장법 △국가재정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관광진흥법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 등 9개다.
이중 민생안정 법안으로 분류되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의원 발의 형태로 만든 법안이다.
이 법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맞춤형 개별 급여체계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수급자가 40만명 늘고 가구당 평균 수급액도 증가해 저소득층 생계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면 지원 대상은 늘겠지만 현재 수급자 중 약 30만명은 수급 자격을 잃거나 법 개정 전보다 적은 금액을 받게 된다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 통과가 지체될 경우 이미 편성된 2300억원의 예산집행은 불가능하다.
국가재정법은 300만명의 소상공인들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설치 안이다.
월세의 10%에 대한 공제로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규모 주택임대수입에 대해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개정안이다.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임대수입 20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임대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허용하고 3년간 비과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용정보법은 지난해 발생했던 1천만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재연를 막기 위한 보호 법률안이다.
클라우드 관련 법률은 컴퓨팅 활성화로 젊은 창업자들이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등 신산업 분야에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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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쟁점 법안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이다.2011년 말 제정해 국회에 제출된 이 법안은 18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가 2012년 7월 재상정 됐다.
정부와 여당은 물론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이 가장 강조하는 투자활성화 법안으로 경제 파급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의료 영리화 논란에 2년 넘게 떠돌고 있다.
관광진흥법도 마찬가지다.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짓도록 허용하는 이 법의 통과도 하세월이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년 간 90여개 호텔이 학교 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에 걸려 투자가 중단됐다"며 "규제가 풀리면 40개 호텔 건립이 추진돼 4만7000여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8년간 외국인 관광액은 1217만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객실 수는 1.4배 증가에 그쳐 2016년까지 수도권에서만 7400개 객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 등은 교육환경 저해 논란은 차치하고 일자리 창출이나 외국인 관광객 유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줄기차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격의료 도입을 주장하는 의료법 개정은 의료 취약지역 주민 19만명의 불편을 줄이겠다는 방안이지만 진척이 없다.
9개 법안 이외에도 아직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은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법 등 3개 법안,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국토계획법 등 5개 법안,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의료법 등 8개 법안, 민생안정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농업협동조합법, 자본시장법 등 5개 법안 등 부지기수다. -
정홍원 총리는 담화문에서 "시간이 없다. 정부부터 비장한 각오로 시행령, 시행규칙 등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최대한 앞당겨 완료하겠다.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 귀 기울여 이제 국회도 한시가 급한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주기를 부탁한다"고 거듭 간청했다.최경환 부총리는 "우리 국민들은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만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살림살이가 팍팍한 서민들을 생각하면 우물가에서 숭늉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라며 "경제주체들 사이에 모처럼 심리 호전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회의 입법화 지연으로 다시 무기력감이 번질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정부 법제처장 등 2기 경제팀도 모두 호소문 발표에 동참하며 국회의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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