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원금 탓에 통신비 늘어나자 '단통법 폐지' 서명까지이통사 영업이익 증가 전망... 공정경쟁위한 '인가제 폐지' 대안
  • ▲ 9일 전자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 9일 전자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진통끝에 탄생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산으로 가고 있다. 

이번 법안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소비자들은 울분을 터트리기 시작했고, 법안을 만든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다.

당초 목적인 '통신비 인하'는 온대간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늘어난 스마트폰 구입 비용과 각종 보조금 규제 등으로 부담만 떠안게 됐다. 

수혜자로 지목된 것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 뿐이다.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니 한번에 수천억원 수준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마케팅 비용 절감효과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단통법=이통사 배불리기'라는 사회적 비판이 일고있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통법을 만든 미래부와 방통위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동통신 시장의 자율경쟁에서부터 통신비 인하가 시작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년간 논의돼 왔던 '요금 인가제 폐지'가 수면위로 등장한 것이다.

결국 1991년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결정에 대해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규제한 요금인가제 '폐지' 등 통신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소비자 부담' 키운 단통법... "폐지하라" 한 목소리 

10일 전자 및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시행된 후 스마트폰 전체 판매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오히려 늘어난 단말기 구매 가격에 놀라 발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홍보처럼 '통신비 인하'를 기대했지만 실질적인 주머니 부담은 늘었다.  

단통법 시행 이전 50~80만원 수준으로 지급됐던 지원금이 30만원(최대기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통사들은 신규가입자와 고가 요금제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장려금을 평균 50~8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지급해 왔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는 고객에게 할인해 줄 수 있는 지원금을 30만원으로 제한했다. 소비자들은 50~8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받다가 단통법으로 지원금이 최대 30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사실상 모두가 비싼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여기에 요금제별로 다른 지원금도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요금제와 지원금이 연계되면서 약정 기간 중 고가요금제에서 저가요금제로 변경 시 지원금 차이에 따른 위약금 지불 가능성도 커진 탓이다.

원래 약정기간 중 요금제를 변경해도 구입 당시 받았던 지원금에 대한 위약금은 없었다. 하지만 단통법 시행에 따라 구매 당시 받았던 지원금까지 위약금으로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로 자유롭게 변경하기 어렵게 돼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지원금도 줄어들었는데 위약금 반환 가능성까지 높아지자 소비자들은 선뜻 단말기 구매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 ▲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으로 내년 이동통신 3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증가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으로 내년 이동통신 3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증가할 전망이다. ⓒ연합뉴스

  • ◇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 이통사 영업이익 증가전망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통법을 두고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소비자를 위한다던 단통법이 결국 이통사의 이익만 가져다주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한국투자증권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으로 내년 이동통신 3사가 사용하는 마케팅 비용이 5.6% 감소해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9.5%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 단통법을 두고 포화 시장서 수익율이 떨어진 이통사의 손익을 보존해 주기 위한 정책이라는 의혹과 비난이 끊임없이 재기되고 있는 이유다. 

    국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원금과 장려금 축소로 인한 마케팅비용 절감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간 경쟁 축소와 소비자 락인 효과(Lock-in effect)로 50% 점유율을 고착시키게 될 전망이다.

    특히 황수철 SK텔레콤 재무관리실장은 지난 8월 1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외부의 규제환경을 고려할 때 보조금 경쟁은 완화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서 SK텔레콤의 50%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근본적 문제해결 필요... '인가제 폐지' 대안으로  

    단통법이 이통 3사의 배불리기라는 지적이 높아지는 가운데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SKT, KT 등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는 경우 정부의 사전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지배 사업자가 무차별적 요금 인하를 통해 후발사업자를 시장에서 밀어낸 후 완전 독점 상황을 구축한 뒤 요금을 인상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인가제는 이통사의 과점 체제를 유지시켜줘 결국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배 사업자의 신규 요금제 인가 과정에서 후발 업체들의 경쟁력을 보장하기 위해 가격이 높게 측정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후발 업체들은 이와 유사 수준에서 가격을 책정하면서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구조다. 

    ◇ OECD 중 한국만 '요금인가제' 운영

    이처럼 통신요금을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곳은 OECD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요금인가제의 문제점을 인식해 제도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 사업자간 경쟁 활성화에 따른 통신 서비스 품질 개선 및 요금인하 등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정치권도 요금인가제 폐지에 대한 입법추진을 진행 중이다.

    전병헌 의원은 "이통3사간 요금 인하경쟁이 가능한 상황으로 인가제를 폐지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8월 대표발의한 상태다.

    권은희 의원 역시 인가제 완전 폐지후 이용약관 보완요구가 가능한 신고제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하며 관련 법안을 개정에 나선 상태다.

    권 의원은 "통신시장이 요금 경쟁보다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 치중하고 있어 이용자 차별이 심해지고 소비자 후생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통신요금 인가제도로 인해 사업자들이 요금경쟁을 하지 않고 '담합'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국회가 요금인가제 문제점을 이미 인지하고 '완화' 또는 '폐지'를 검토중인 가운데, 탄생한 단통법이이 향후 인가제 폐지 등에 따른 특정업계의 이익 대변을 위한 '방패막이'로 급조된 법안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