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기면 출고가, 통신비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
"법으로 기업 경쟁 막아 사실상 담합 유도하는 것"
  • ▲ 컨슈머워치는 기업 경쟁을 억제하는 단통법에 대한 폐지 서명을 진행했다.
    ▲ 컨슈머워치는 기업 경쟁을 억제하는 단통법에 대한 폐지 서명을 진행했다.

"가계 통신비 인하는 시장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만 늘린 단통법은 폐지돼야 한다."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단통법이 시행된 후 고가 요금제를 써도 최신 단말기 보조금을 10여 만원 밖에 받지 못해 되려 시행 전보다 소비자 부담만 가중시킨 꼴이 됐기 때문이다.

8일 시민단체 컨슈머워치는 광화문 앞에서 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명 서명운동에 나섰다. 지난 2일부터 온·오프라인에서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현재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컨슈머워치에 따르면 단통법 시작 이후 통신사 평균 보조금 올해 초 42만7000원에서 현재 약 절반 이상이 줄었다. 이는 정부가 고시한 30만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단통법 시행 전에는 이통사들이 출고가, 보조금, 판매가 등을 서로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을 모두 공개하게 되자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통사 간 보조금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유통 대리점에서 지원하던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위약금도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 예전에는 이통사마다 보조금이 달라 약정 기간 내 해지하게 되면 물어야 하는 단말기 위약금을 소비자에게 물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통법 시행 후 보조금이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위약금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갔다.

단통법 시행으로 과열된 이통사 보조금 경쟁이 사라지고 유통 시장이 투명해진 것은 긍정적 효과라고 볼 수 있지만, 단통법 시행의 가장 큰 목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컨슈머워치 관계자는 "단통법은 치열한 보조금 경쟁으로 무질서한 시장을 바로 잡고 단말기를 자주 교체하는 소비자들의 과소비를 계도하겠다는 정부의 가부장적 시각에서 비롯된 정책"이라 꼬집으며 "그러나 오히려 단통법 시행 뒤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만 늘린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
통법으로 자율적인 시장 거래를 제한하는 것보다 기업들이 더 싼 가격에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도록 경쟁 구조를 만드는 것이 소비자에게 더 이득이 될 것"이라면서 "통신비 인하는 요금인가제를 풀 때 통신사 간 경쟁으로 자연스럽게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컨슈머워치는 광화문에서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
    ▲ 컨슈머워치는 광화문에서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

  • 단말기 출고가 인하 역시 규제가 아닌 시장 자율에 맡길 때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외산 저가폰이 들어오면 기업들이 가격 경쟁을 위해 자연스럽게 출고가를 내릴 것이라고 컨슈머워치 측은 설명했다.

    컨슈머워치 측은 "단통법이 오히려 기업 간 담합을 조장하고 소비자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단통법 폐지를 위한 입법 청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컨슈머워치는 이날 광화문을 시작으로 신촌, 명동 등 단통법 폐지 운동을 지속,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