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전 회장 제출 문건에 금융위원장 서명 없어勞 "서명 문건 사측 숨겨" vs 社 "원래부터 없었다"
  • ▲ 하나금융지주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제시한 합의서 원본(위)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제시한 합의서 원본(아래). 하나지주 및 김 전 회장 측 합의서에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직책, 이름, 서명이 없고 노조 측 합의서에는 있다. ⓒ 연합뉴스
    ▲ 하나금융지주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제시한 합의서 원본(위)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제시한 합의서 원본(아래). 하나지주 및 김 전 회장 측 합의서에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직책, 이름, 서명이 없고 노조 측 합의서에는 있다. ⓒ 연합뉴스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이 2.17 합의서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노사 양측이 각각 서명하고 나눠 보관한 문건과 관련, 금융위원장의 서명이 들어갔느냐의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12년 작성된 2.17 합의서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독립 경영을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합의 당사자는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김기철 전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정부 측 입회인 자격으로 합의서 조인식에 참석했다. 

외환노조는 당시 합의서에 김석동 전 위원장의 직위와 이름이 들어갔고, 김 전 위원장이 자필 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측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서명은 들어가있지 않지만, 금융기관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인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서명이 있으므로, 이를 근거로 당시 합의가 노사정 합의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합의를 깨는 조기통합 관련 협상은 정부가 중재해야 응할 수 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승유 전 회장이 하나금융이 보관한 합의서를 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합의서에는 김석동 전 위원장의 직위, 이름, 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 측은 "당시 노조가 합의서를 들고 다시 김 전 위원장에게 끈질기게 요구해 추가로 서명을 받아낸 것으로 안다"며 "노사 양측이 나눠 가진 합의서 원본에는 김 전 위원장의 서명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측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노조는 "사측이 두 가지 종류의 합의서를 만들었다"며 재반박하고 나섰다. 노조 측은 "당시 김 전 위원장 서명이 들어간 합의서와 그렇지 않은 합의서 두 가지 종류가 만들어졌다"며 "김 전 회장과 하나금융 측이 서명 없는 합의서만 제시하고 서명 있는 합의서는 숨기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의 서명 포함 여부를 두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는 당시 합의를 노사정 합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외환은행 노사 갈등 국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열린 정무위 국감에서 2.17 합의서에 대해 "노사정이 아닌 노사 합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한다"며 "당시 (김석동) 위원장은 단순 입회자로서 참여한 것"이라고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