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조합원 총회 참석 불법' vs '단체협약 기재 사항' 팽팽히 맞서
  • ▲ 외환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 측의 논리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연합뉴스
    ▲ 외환은행 노사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 측의 논리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 연합뉴스

    외환은행 노조가 김한조 외환은행장 등 경영진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면서 외환은행 노사간의 갈등은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은 업무상 지시 불이행 등을 문제 삼아 노조원 898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에 노조는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사측의 논리를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 "노조가 만나주지 않는다" vs "만나는 게 무슨 의미냐"

16일 외환은행은 경영진이 여러 차례 대화를 위해 노조를 찾았지만, 노조가 만나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노조와의 성실한 협의를 위해 이사회도 연기하고, 김한조 행장과 추진호 부행장이 여러 차례 노조를 방문하는 등 대화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노조 측은 계속 협상도 대화도 거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갈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조는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경영진은 최근 6차례에 걸쳐 노조를 방문했다. 이 중 지난달 5·26·27일의 경우 김 행장이 직접 찾아가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그 때마다 노조는 문전박대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문전박대는 사실이 아니며, 만나서 대화를 한다 하더라도 무슨 의미냐"고 맞섰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노조를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주장하는데, 노조 간부들이 없는 사이에 잠깐 모습을 보였다가 금방 사라진 것이다. 그 후 문전박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앞으로는 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징계에 나서는 등 찍어누르는 모습을 보이면서 뒤에서는 대화하자고 말한다. 그렇게 대화를 한 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노조원에 대한 징계 철회 없이는 무의미한 대화도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 "근무지 이탈" vs "정당한 노조 활동" 

"전체 직원의 10%가 업무시간 중 자리를 비우는 조직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

김한조 행장이 대규모 징계에 돌입하면서 남긴 말이다. 반면 노조 측은 "단체협약에 허용규정이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노동조합의 활동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 네 가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및 경제적 지위의 향상 도모를 위해 필요하고 근로자의 단결 강화에 도움이 되는 행위일 것 △취업시간 외에 행해질 것. 단, 취업규칙이나 단체에 별도의 허용규정이 있거나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 △사업장 내에서 활동할 경우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에 바탕을 둔 합리적 규율에 따를 것 △폭력과 파괴행위 등의 방법에 의하지 않을 것 등이다(대판 1992.4.10., 91도3044).

이 중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고, 세 번째 및 네 번째 조건 역시 조합원 총회가 사업장 외부 장소인 서울 강서구 KBS 스포츠월드(구. 88체육관)에서 비폭력적 방법으로 열린 만큼 문제될 바 없다.

문제는 두 번째다. 김 행장의 발언 역시 업무 시간 중에 조합원 총회를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점을 문제삼은 것이다.

노조 측은 김 행장의 이런 발언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 법률대리인인 윤성봉 법률사무소 휴먼 변호사는 "외환은행 노사는 지난 2013년도 단체협약에서 '조합원 총회 및 노사간 합의한 회의 및 행사 참석의 경우 취업시간 중이라도 조합활동을 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취업시간 중 조합활동에 대해서는 근무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합의했으므로, 이를 문제삼아 징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설명했다.

◇ 2.17 합의, 단체협약에 포함되나?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독립경영과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종신보험 계약서가 아니다“

김한조 행장이 지난 7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을 선언하면서 꺼낸 발언이다. 2.17 합의란 지난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 당시 작성한 합의서로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존속하며 외환은행 명칭을 유지하되, 5년 경과 후 노사 합의를 통해 하나은행과 합병 등을 협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김 행장은 양 행의 조기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윤 변호사는 "2.17 합의는 단체협약으로 볼 수 있다. 노사가 합의해서 문서를 만들고 도장을 찍으면 그게 바로 단체협약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사정 합의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가 개입하진 않았지만, 은행의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참가해 이루어진 합의다. 이제 와서 이를 깨뜨리는 것은 노동법을 어기는 행위"라고 말했다.

◇ "조합원도 노조 외면" vs "사측이 윽박지르니 당연"

여러 매체에서 '지방 근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노조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오갔다.

사측은 "지방 근무자들이 사내 인트라넷에 노조를 성토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며 "수도권 지역 근무자들도 지난 5일 오전 총회 장소에 모였으나 그 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노조 간부들에게 실망한 채 근무지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반면 노조 측은 "그 날 오전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총회 참석 독려를 위해 을지로 본점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측이 '지금이라도 돌아오면 징계하지 않겠다'고 유인해 총회 장소에 모인 상당수 조합원이 우리가 도착하기 전 복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글을 올린 조합원들은 대부분 징계 조치 대상"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사측이 원하는 글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