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장·근로조건 유지해도 '외환은행' 브랜드 사라질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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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조기 통합을 공식화한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의 반대 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두 은행이 지난 19일 통합을 공식 선언하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통합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측은 "조직이 통합되더라도 외환은행 직원의 고용 승계 및 임금 액수를 현재와 같이 유지하는 것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얼어붙은 노조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고용승계·근로조건 유지 해준다는데…사측은 조기 통합을 공식 선언하면서 △고용승계 보장 △근로조건 유지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유지를 위한 노력 경주를 약속한 바 있다. 통합을 이유로 인위적인 인원감축을 실시하지 않고, 임금 및 복지에 있어서 통합 전에 비해 불이익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동유니폼 도입을 유보하고, 외환은행 영업점에 SI(Store Identity), 즉 외환은행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디자인 등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도 했다.이런 사측의 제안에도 노조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고 있다. 사측은 노조 측에 대화를 계속 제안하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외환은행 관계자는 "노조 측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듣고, 최대한 반영하려는 방침이다. 하지만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으니,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부모 자식 관계라고 해서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두 알 순 없다. 대화를 하지 않으니 마음 속에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외환은행 사라질 지 모르는데 협상하면 뭐하나"고용승계·근로조건 유지·정체성 보장 등을 사측이 약속했는데도 노조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이유에 대해 노조 측이 입을 열었다.노조 측은 "양행 통합을 강행하는 현 상황에선 협상에 응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통합 작업을 서두르는 사측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김보헌 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외환은행지부 본부장은 "사측은 지난달 기자들을 불러놓고 양행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후, 한 달 남짓 지나 이를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간부 및 일부 행원들에게 통합 지지 의사를 밝히도록 강요하다시피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슨 대화가 되겠느냐"고 주장했다.고용 승계 등을 보장하겠다는 사측의 약속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김 본부장은 "고용승계와 근로조건 유지는 사실 근로기준법에 보장돼 있는 사항"이라며 "당연히 보장돼야 할 것을 생색내듯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가 사라질 수 있으리라는 우려를 노조의 반대 이유 중 하나로 들었다.외환은행은 외국환 거래와 무역금융 업무를 위해 설립된 은행으로, 한국은행 외환국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지난 1967년 한국은행에서 분리돼 특수은행으로 설립됐으나 1989년 한국외환은행법이 폐지되면서 일반은행으로 전환됐다. 한 때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인수됐다가 지난 2010년 다시 하나금융지주에 인수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이런 진통 속에서도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만은 유지돼 왔는데, 이 마저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일각에서는 김한조 행장에 대한 배신감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노조 측 한 관계자는 "현 김한조 행장이 외환은행 출신인데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부에서는 '뒷통수를 맞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외환은행 노조는 20일 오후 7시 30분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통합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노조 측은 3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의 시위가 통합 작업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