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사태, 낙하산·관치금융이 문제" 여야 한목소리하나-외환銀 통합 둘러싸고 2.17 합의 설왕설래
  • ▲ KB사태와 외환은행 통합 갈등 등 금융권 이슈들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사진은 질의에 응답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 NewDaily DB
    ▲ KB사태와 외환은행 통합 갈등 등 금융권 이슈들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사진은 질의에 응답하는 신제윤 금융위원장. ⓒ NewDaily DB

    KB사태와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둘러싼 노사 갈등 등 최근 금융권에서 발생한 굵직한 이슈들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임영록 전 KB 금융회장,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놓고 벌어진 갈등과 금융당국의 징계 과정 등을 면밀히 살폈다.

또,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소환, 외환은행 노조와 하나금융 경영진 간 갈등의 씨앗이 된 '2.17 합의'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따졌다.

◇ "KB사태, 낙하산과 관치금융의 합작품"

KB사태와 관련, 정무위 위원들은 금융당국의 징계 수위 결정이 오락가락한 것을 지적하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 금융권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이운룡(새누리당·비례대표)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KB사태는 금융당국의 결정이 오락가락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며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근본적으로는 금융당국의 제재심의 절차가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임영록 회장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끝에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금융당국에 던져준 숙제가 만만찮다"고 꼬집었다.

김태환(새누리당·경북 구미을) 의원은 KB사태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경징계'를 문제삼았다. 제재심의위의 KB사태 심의가 '봐주기 징계'였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금감원 제재심의위 위원 9명 중 검사와 변호사 4인을 제외한 나머지 5인은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이라며 "징계 당사자 역시 재경부와 금융연구원 출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심의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하며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B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은행 전문가를 발탁해 은행경영을 전담시키고 회장은 기타 사업부문의 경쟁력 강화 및 해외 진출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대동(새누리당·울산 북) 의원은 "현재 금융지주회사 대부분이 은행에 치우쳐 있는 상황에서 회장과 행장 간 내부 갈등이 생길 소지가 많다"며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고 엄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좋은 대안이지만 일률적으로 100% 적용되는 건 어렵다"며 "금융지주의 역사, 과거 문화 등을 반영해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응대했다.

◇ 하나금융-외환은행 통합, 신제윤 반응 '아리송'

이 날 국감에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금융위원회의 서면자료엔 2.17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신 위원장은 "문리적 해석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명숙(새정치민주연합·비례대표) 의원은 금융위로부터 받은 서면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는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사 합의를 통해 외환은행의 독립법인을 5년간 유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약속은 지키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식견해를 밝혔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은 지난 2012년 이같은 내용이 담긴 '2.17 합의서'를 채택한 바 있다.

다만 금융위는 "현 단계에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관련 노조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조기통합을 원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한 의원은 "금융위가 하나 외환은행의 조기통합과 관련해 2.17 합의의 유효성을 확인하고, 외한 노조와의 합의없이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최초로 확인해 준 것"이라며 "하나금융지주의 무리한 조기합병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 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현 하나고등학교 이사장)도 2.17 합의서와 관련, "합의서가 '상호신뢰의 원칙'에 따라 양측이 모두 지켜야 하는데 현재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2.17 합의를 파기해도 된다는 의미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제가 판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대답했다.

통합 논란과 관련,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현 단계에서 경영진은 통합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는데,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노조가 외환은행의 미래에 대해 경영진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토론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위원회 질의 결과 '2.17 합의서는 지켜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다"는 한 의원의 질문에 "문리적인 해석이다. 금융위가 (2.17 합의서를 지키라고) 법적으로 강제할 순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노조가 반대할 경우 하나-외환은행 통합을 금융위가 승인하겠느냐"는 질문에 "어떤 가정을 달아서 승인 여부를 답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