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다니지 않도록… 기존노조와 '밀당' 잘해야새노조 끌어안지 못하면 조직 내부 혼란 재현될 수도채널갈등·줄서기로 점철된 인사문제 해결 가능성 주목전임 회장들 실패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이번엔 성공해야
  • ▲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 ⓒ KB금융 제공
    ▲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 ⓒ KB금융 제공
    [금융인사이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을 받은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이 차기 KB금융 회장 내정자의 자리에 올랐다. 윤 내정자는 오는 11월 21일 임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개인정보 유출·경영진 간 갈등 사퇴 등 연이은 악재로 흔들리던 KB금융은 우여곡절 끝에 윤종규라는 새로운 리더를 맞이하게 됐다. 새 선장이 탄생하긴 했지만 윤종규호(號)가 넘어야 할 파도는 여전히 높기만 하다.

노조와의 관계 형성, 계열사 등 인사 문제, 포트폴리오 구성 등 윤종규호가 풀어야 할 과제들을 짚어봤다.

◇ 기존노조와 '밀당', 새노조에 '구애' 잘 해야
 
윤종규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노조와의 관계 조절이다. 

윤 내정자는 국민은행 최대 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기존노조·제1노조)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 만큼 기존노조와의 갈등 문제는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취임 당시 기존노조의 출근저지 투쟁 탓에 집무실로 출근하지 못하고 인근 호텔에서 업무를 본 것을 상기하면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이다.

단, 기존노조의 지지를 얻어 회장이 된 점이 오히려 윤 내정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노조가 그에게 경영 현안과 관련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사실상 기존노조에게 ‘빚’을 진 그가 노조의 목소리를 뿌리치긴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매체에서 ‘노치(勞治)’를 우려하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은행 내부의 다른 노조인 KB국민은행노동조합(새노조·제3노조)와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다. 새노조는 윤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KB금융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1조6564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혐의로 금융감독원의 징계를 받은 이력 때문이다. 새노조는 윤 내정자가 회장으로 확정될 경우, 물리적 투장 및 형사 고발 등의 방법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노조와의 관계 설정 외에 새 노조 품기 역시 윤 회장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이에 실패할 경우 윤 회장의 위신이 떨어질 뿐 아니라, 기존 노조와 새 노조의 갈등 구도가 확산돼 조직이 다시 한 번 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사 문제 해결 돌입… '모범답안' 제출할까

인사 문제 역시 그가 잘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KB금융은 그동안 인사 탓에 여러 차례 잡음이 새나온 바 있다. 오래 묵은 '채널 갈등' 문제는 물론, 차기 리더 승계 프로그램의 부재 등 여러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윤 내정자는 30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KB금융 내부승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추진해 KB금융에도 내부 승계 전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을 최대한 빨리 추스르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겠다고 했다. 내부승계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 행장을 선임하겠다는 의미다.

이 밖에 성과와 역량 중심의 임직원 인사 단행, 줄서기 인사 근절 등의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인사청탁을 근절하기 위해 '수첩'을 들고 다니겠다. 청탁하는 자의 성명을 수첩에 기록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해 이런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벌써 '문제풀이'에 들어간 그가 과연 정답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쏠린다.

◇ 은행 위주 수익구조, 다변화 성공해야

KB금융은 그동안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은행 위주로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은행 중에서도 소매금융에 치중돼 있어 편중 정도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임 회장들은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왔지만 성과를 보지 못한 채 회장 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어윤대 전 회장은 ING생명 인수를 노렸지만 이사회 등의 반대로 고배를 들어야 했고, 임영록 전 회장은 LIG손보 인수 작업을 진행하던 중 금융당국의 중징계와 이사회의 해임 결의로 물러나야만 했다.

전임 회장들이 해내지 못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해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윤 내정자가 떠맡게 됐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의 어깨가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