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 과제는 '신뢰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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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KB금융지주 제공

  [금융인사이드]윤종규 전 부사장이 KB금융을 이끌어 갈 차기 수장으로 내정됐다.

KB금융이 혼란에 빠져있는 지금, 윤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 사이의 알력 다툼으로 상징되는 조직 내부 갈등을 치유하고, 악화된 당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며, ‘리딩 뱅크’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떨어진 실적 역시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가 리더로서의 신뢰감을 보여야 한다는 게 KB금융 안팎의 지적이다.

윤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KB 내부의 상처를 봉합하고 조직 화합을 이끌어 내는 일이다.

그동안 KB금융은 여러 악재가 겹쳤다. 작년 국민주택채권 횡령과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올 초 터진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것. 설상가상으로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조직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내부 구성원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조직 내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리딩 뱅크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며 "이대로 가다간 업계 2위 자리마저 지키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직원들의 상처난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B금융 한 내부 인사는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외풍·외압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낙하산 인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경영 승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임영록 전 회장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중징계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차가워진 상태다. 

윤 내정자가 원만한 경영을 해내기 위해서는 이처럼 얽힌 관계를 잘 풀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KB사태를 일으킨 주전산기 교체 작업도 무사히 해결해야 하고, LIG손해보험 인수 작업도 신속히 마무리지어야 한다.

부진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지난 상반기 KB금융의 순이익은 76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33% 늘긴 했지만, 경쟁사인 신한금융의 실적(1조1360억원)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을 크게 밑돌았다. 리딩 뱅크라는 위상에 걸맞는 실적 향상이 꼭 필요한 이유다,

금융권 한 전문가는 "KB금융의 포트폴리오는 소매금융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모든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가 KB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종규 내정자는 지난 2002년 국민은행에서의 첫 근무를 시작했으나, 2004년 금융당국으로부터 국민은행·국민카드 합병 회계처리 문제로 중징계를 받고 물러난 바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금융당국과의 관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믿을만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온화한 성품과 국민은행에서 비교적 오래 근무한 이력 등으로 타 후보에 비해 내부 구성원에게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의 징계 이력, ‘토종 KB맨’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아직 그를 환영하지 않는 여론도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실제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윤 내정자를 반기며 “드디어 관치금융에서 해방됐다”는 메시지를 남겼지만,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는 “금융당국에서 중징계를 받고 물러난 인물이 다시, 그것도 수장으로 복귀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그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KB금융 안팎에서는 그런 과거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지 않고,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은 여론을 품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