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점주, "법대로 팔았더니 '비싸다' 소비자 원망만"
제값 주고 산 아이폰6 하루 만에 불법보조금 등 '호갱'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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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법을 어기고 싸게 팔 수 있었지만 지켰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소비자들의 원망이다.”

4일 이통통신 업계에 따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발생한 아이폰6보조금 대란으로 법을 지킨 사람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 이동통신 유통점주는 “제 값에 아이폰을 구매한 고객들이 돌아와 취소해 달라고 한다”며 “단통법 이전에는 그나마 그러려니 했던 소비자들도 법 시행 이후 이렇게 되니 불만이 더 큰 것 같다”고 하소연 했다. 

또 다른 유통점주는 “사전 승낙도 받고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휴대폰도 제대로 못 팔았다”면서 “법을 지킨 사람이 왜 어려워지고 원망을 들어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단통법이 이를 지킨 유통점들에게 아이폰6 대란으로 도리어 원망을 듣게 하면서 또 한 번 상처를 남긴 것이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6를 구매한 지 하루만에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이 없도록 만든 단통법을 믿고 제 값에 아이폰을 구매했지만 '호갱'이 된 것이다. 

한 가입자는 "어떻게 아이폰 판매 하루 만에 대란이 일어나냐"며 "법을 지킨 사람들만 바보가 됐다"고 말했다. 

단통법 이후 발생한 보조금 대란이 남긴 상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부에서 아이폰6 대란에 대한 단속에 나서면서 불법 보조금으로 아이폰6를 판매한 유통점에서 소비자에게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으로 개통한 것에 대해서는 계약 취소가 가능하지만 법을 위반한 것이 유통점이지 싸게 구매하려고 한 소비자는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노릇이다. 계약서를 이미 작성했기 때문에 유통점 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하면 소비자가 분쟁 조정을 신청할 수는 있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유통점주는 "시장 개선하겠다고 한 법이 불법은 못 막고 법 지킨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했다"면서 "법 안지킨 온라인 유통점은 못 잡고 법 지킨 우리들에게 또 조사가 나온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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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는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원인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3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월례조회를 통해 “모든 방법을 강구, 후속조치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한 상임위원 역시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보조금 대란이 발생한 만큼 그냥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며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이 없도록 만든 단통법이 시행 한 달 만에 발생한 대란을 막지 못한데다 이에 대한 제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이번 아이폰6 대란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 과징금 및 과태료,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과징금의 경우에는 사업자의 위반행위로 이뤄진 매출액에 부과기준율을 곱해 기준금액을 산정한다. 여기에 필수적 가중과 추가적 가중·감경 등이 더해진다. 과징금 상한액은 연평균 매출액의 2%다. 유통점에게는 시정명령과 함께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란 발생 기간이 이틀로 짧은데다 실제 개통 건수가 크게 많지 않고 부과기준율도 낮아져 과징금 액수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주도사업자 처벌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조금 대란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주도사업자를 처벌했지만 단통법 시행으로 각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어 의미가 없다”며 “상임위에서 결정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형사 고발은 불법을 지시한 임원이 특정 지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란은 유통점 판매 수수료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통사에서 유도했기 때문에 책임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힘들다는 것이다. 또 수수료를 높여줬다고 제재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한 유통점들만 불법에 대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 됐다. 적발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며 최악의 경우 이통사로부터 영업을 취소 당하는 '승낙 철회'까지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번 아이폰6 대란에 대해 정부에서 밝힌 강경 대응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통법으로 불법을 막겠다고 한 정부가 법 시행 한달만에 발생한 대란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인지, 판매 수수료를 높여 유통점들로 부터 불법 보조금을 조장하며 이득을 취한 이통사가 책임을 질 것인지, 불법 보조금을 소비자들에게 지급하며 아이폰을 판매한 유통점들에게 책임이 돌아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