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실적 부진·한전부지 고가매입 논란 등
  •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

    현대차가 연이은 악재에 발목이 잡히면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줬다.

    4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는 전장대비 5000원(3.13%) 내린 1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5만3000원까지 밀리면서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34조1429억원으로, SK하이닉스(34조5437억원)보다 4009억원 뒤지면서 3위로 추락했다. 연초만 해도 50조원에 육박했던 현대차의 시총이 1년도 안돼 16조원이나 증발한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3월 포스코를 제치고 시총 2위에 올랐지만, 3년7개월만에 다시 3위로 밀려났다.

    대표적인 수출주 가운데서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현대차는 최근 일본 중앙은행(JOB)의 추가 양적완화 발표에 폭락하고 있다.

    엔저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본 완성차 업체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뒤쳐질 것이란 우려 때문에 외국인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월18일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고가매입 논란으로 한달 가까이 급락세를 탔다.

    여기에다 15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3분기 실적, 어두운 4분기 실적 전망 등에 주가가 연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에 현대차는 주주환원 정책 카드를 빼들면서 주가 반등을 노리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대차의 10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전년대비 6.5% 감소한 5만대에 그쳤다. 쏘나타와 아반떼 등 주력 차종의 부진이 영향을 주면서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또 이날 현대차는 미국에서 2012년 발생한 연비 과장에 따른 1억달러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와 함께 현대차의 현재 2000만점 보유 중 475만점의 크레딧(1크레딧 당 45달러)도 박탈당하게 되면서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 하락요인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를 상대로 통상임금 확대 소송을 냈고 오는 7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어 대내외적으로 악재가 산재해 있다. 만약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면 현대차(5조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체가 추가로 부담해야하는 인건비는 첫 해에만 1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장문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환율 자체가 자동차 업체 실적에 바로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요가 정해진 상황에서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업체들이 공세를 강화하면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 판매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엔화 약세에 대한 현대차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앞서 지난 2012년 4분기~2013년 2분기에 발생했던 일본 1차 양적완화 시기의 주가 변동성을 보면 당시 엔·달러 약세가 현대차의 영업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엔화 약세에 따른 현대차의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또 배당정책에 주목한다면 엔화 약세에 따른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있다. 김평모 동부증권 연구원은 "배당 성향의 확대 및 중간 배당 실시 역시 검토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엔저 공포로 인한 단기적인 급락에 의한 현 주가 수준은 길게 본다면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 ⓒ현대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