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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핵심 쟁점인 농수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 우리나라가 수산물 분야에서 선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산물, 서비스 분야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수산물 시장에서 우리나라에 통 큰 양보를 한만큼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방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 이를 지렛대 삼아 서비스, 비관세장벽, 기술장벽 등 다른 분야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
◇불법 어획물 특혜관세 제외 등 수산부문 2대 쟁점 관철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FTA 제14차 협상이 진행된 가운데 핵심 쟁점인 농수산물 분야 중 수산물 시장에 대한 협상 성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측 협상단은 이번 협상을 맞아 수산물 분야에서 초민감품목 확대와 불법어업 수산물 수출과 관련한 특혜관세 제외 등 크게 2가지를 주요 안건으로 삼았는데 2가지 모두 우리측 요구가 관철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초민감품목에 민어, 홍어, 뱀장어 등 국내에서 많이 잡히는 30~40가지 어종이 포함됐다. 애초 20여개가 포함될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뱀장어와 홍어 등은 자원보호 품종으로 초민감품목에 포함됐다.
초민감품목군에 포함되면 양허 제외, 쿼터, 계절관세, 관세 부분감축 등 관세 완전 철폐를 피할 수 있는 각종 보호조치를 통해 FTA 파고로부터 국내 시장을 보호할 수 있다. 초민감품목군은 1만2232개 협상 품목 중 10%, 수입액 기준 15%에 해당한다.
반면 중국은 수산물 분야에서 초민감품목을 한 개도 지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산물 전반을 일반품목군으로 분류해 즉시 철폐 또는 10년 내 관세철폐로 가닥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중국 어선이 서해에서 불법어업으로 잡은 수산물을 우리나라에 수출할 경우 비교적 낮은 세율로 부과하는 특혜관세를 주지 않겠다는 요구안도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해에서 많이 잡히는 오징어, 갈치, 조기 등에 대한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과 불법 어획물에 대한 특혜관세 부여로 우리 어민이 입는 이중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2가지 핵심 사안 모두 우리측 요구대로 합의된 것으로 안다"며 "이번 협상에서 농수산물 시장에 대한 협의가 주요 안건인데 그중 수산물 분야는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
◇농산물 분야 비상…서비스 분야 등 개방 압력에 지렛대 구실
핵심 쟁점인 농수산물 분야 중 수산부문 성과가 좋게 나오면서 풍선효과로 중국의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농수축산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특히 대부분 농산물을 일부 중소기업 공산품과 함께 초민감품목에 포함하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양국 간 협상에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불이익 감수는 있을 수 없다. 중국은 수산분야에서 통 큰 양보를 한만큼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의 시장 개방 확대를 거세게 요구할 개연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 중국의 적극적인 양보를 기대하는 처지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은 수산물 분야에서 초민감품목을 하나도 지정하지 않는 등 이 부문 대부분을 열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농산물 부문에서 더 많은 것을 얻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농산물 시장 개방 압력을 지렛대로 삼아 서비스, 비관세장벽, 기술장벽 등 다른 분야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아니면 반대로 우리가 중국에 시장 조기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공산품 분야나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서비스 분야에 대해 수성용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양국은 협정문에 들어갈 22개 장(章) 중에서 16개 장에 대해 타결이나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핵심 쟁점인 상품분야를 비롯해 서비스 시장 개방, 비관세 장벽 해소, 품목별 원산지 기준 등 분야에 대해선 여전히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