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대한간호協 "이직 낮추고 재취업률 높이려면 근무조건부터 개선을""병원만 이익보고 현직 간호사들은 피해볼 것"
  •  

    보건복지부가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야간전담간호사제도 포함됐다. 시간선택제 근무로 업무의 활성화를 돕고 3교대로 인한 야간근무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 골자다. 복지부는 "젊은 간호사의 조기퇴직을 방지하고 가정이 있는 간호사의 병원근무 기회가 획대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복지부가 내놓은 두 건에 대해 병원 경영진은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대한간호협회, 간호 현직 종사자들 및 보건의료노조의 반발이 거세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복지부의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대책, "문제 많다"지적 잇따라

     

    보건의료노조는 복지부의 대책에 대해 "병원근무기회를 확대하고 입원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간호사 일자리마저 나쁜 일자리로 만들어 이직률을 더 심화시키고 업무차질과 의료서비스 질 하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대한간호협회 국장은 "보건복지부는 현재 왜 간호사의 인력이 부족한가라는 근본적 이유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여건의 가장 큰 병폐로 육아로 인한 갈 길 잃은 유휴노동력을 들었다.

     

    또 대한간협은 현재 복지부가 발표한 핵심사안 두 가지에 모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간협은 "시간선택제를 도입한다 해도, 고용안정을 위해 정규직과 동일한 형태로 채용이 돼야 할 것이며, 야간전담간호제도의 경우 두 배의 시간을 인정해주는 것은 악용될 소지가 있어 문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간선택제 간호사는 계약직 형태로 고용이 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  

    ◇ 간호사들 열악한 근무조건부터 환골탈퇴해야 

     

    보건의료노조는 또 "젊은 간호사들이 빨리 퇴직하고 한번 퇴직한 간호사들이 재취업하지 않는 핵심이유는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이며,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들의 낮은 재취업률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3월~5월에 실시한 '2014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주 평균 49.1시간 근무 △평균 밤근무시간 12.8시간 △1일 평균 식사시간 21.5분 △일주일 평균 결식횟수 2.3일 △1일 평균 휴게시간 15.9분 △평균 인력부족률 21% 등으로 근무조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3.2점으로 절반인 50점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66.5%의 간호사가 이직의향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실태조사 결과는 높은 이직률과 유휴간호사들의 낮은 재취업률의 근본원인이 바로 인력부족과 업무량 증가, 노동강도 강화와 같은 열악한 근무조건 때문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이 같은 근무조건에 개선대책을 세우지 않고 시간제 일자리 확충과 야간전담간호사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간호현장의 실정에 맞지 않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중급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수간호사는 "간호서비스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돌보는 업무로서 고도의 숙련성과 전문성, 연속성과 협업성이 요구되는데, 근무시간이나 출퇴근에서 엇박자가 나면 근무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시간제간호사의 경우 유휴노동력이라 손이 굳어 업무 숙련도가 떨어질 수 있어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예상된다"며 복지부 대책에 문제가 있다고 피력했다.

     

    ◇ 간호관리료 가산수가 문제까지 드러나… "복지부 행정예고 철회하라"

     

    시간제근무자와 야간전담근무자를 간호등급제 산정기준에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따른 간호관리료 가산수가가 전적으로 간호사의 근무조건 개선에 쓰일지도 논란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비용절감을 위해 인건비 비중을 줄이고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려는 병원이 시간제와 야간전담제 활성화를 위한 수가가산분을 간호사의 임금인상이나 근무조건 개선비용에 쓰지 않고 병원운영경비로 돌려쓸 가능성도 제기했다.

     

    야간근무환경의 개선 없이 야간전담제를 도입해 야간근무 기피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야간근무인력을 늘리거나 예측 가능한 교대제 운영방식을 개발하는 등 획기적인 야간근무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건의료종사자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시간선택제 간호사 활성화와 야간전담간호사제 도입 내용을 담은 고시 개정안을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10일 간 행정예고하고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한 뒤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보건의료노조는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지극히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 거친 후 정부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겠다면,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보건의료노조, 대한간호사협회 등 관련단체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함께 현장간호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 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복지부의 행정예고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