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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최근 선언했던 부분파업 유보를 철회한데 이어, 권오갑 사장이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과 관련해서도 강력한 반발에 나섰다.
13일 현대중공업 노조 중앙대책위원회는 "지난 파업유보와 관련해 여러 변호사의 법률적 자문을 받은 결과, 노동조합 규약과 규정에 의해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음을 확인했다"며 공식적으로 파업유보 결정을 철회했다.
앞서 노조는 50번이 넘는 사측과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지난 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부분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해온 바 있다. 그러나 파업예고일 직전인 6일 오후 급작스레 파업을 유보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는 노조가 조합원들에게 파업 돌입여부를 묻는 찬반투표 실시과정에서 적법성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초 노조는 지난 9월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만 찬반투표를 실시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노조는 24일 "관리자들이 면담을 핑계로 조합원들을 불러놓고 투표장에 가지마라고 압박을 넣고 있다"는 등 사측이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며, 투표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결국 한 달여 지난 시점에서 투표함이 열렸고, 전체조합원 1만7906명 중 1만11명(55.91%)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보면 노조는 적법하게 파업에 돌입할 수 있게 됐으나, 투표기한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는 것이 문제가 됐다.
이에 사측도 투표절차와 관련해 노조에게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노조 내부에서도 불법파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며 부담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에게 자문결과 법적하자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노조는 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다시금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또 노조는 최근 권오갑 사장이 새롭게 도입하겠다는 성과위주의 '연봉제'와 관련해서도 필사적으로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이제까지 임금체계의 기준이 됐던 '호봉제'를 버리고, '연봉제'를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호봉제를 고수해왔는데, 이제부터는 각 사업본부별로 차등 성과체계를 도입하는 등 치열한 내부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들어서만 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권 사장은 업무성과와 관계없이 근속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시스템이 직원들의 몸과 마음을 나태하게 만들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조직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고자 최근 임원 31%를 잘라내고, 새롭게 조직을 개편한 데 이어 '연봉제'까지 도입하게 된 것.
직원에 대한 차등 폭은 ±30%(최대 60%), 임원의 경우 ±35%(최대 70%)로, 올해에는 과장급 이상 인원들을 대상으로 우선 실시된다. 내년부터는 전 직원에게 연봉제가 도입되며, 현대삼호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측은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노조는 "사측이 과장급 이상 생산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서명을 받으려하고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연봉제 실시에 대해 교육해서도 안 되고, 서명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사측이 사무직만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이 같은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만일 연봉제가 생산직으로까지 확대될 시 통상임금이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전 산업계에서 통상임금 확대와 관련한 많은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은 정기성과 일률성, 고정성을 요건으로 하고 있다.
일률성이란 일정한 조건이나 기준에 드는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고, 고정성은 업적이나 성과 또는 추가적 조선과 관계없이 사전에 미리 확정된 금액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성과위주의 연봉제가 도입된다면 일률성과 고정성이 사라지는 만큼, 노조원 전체의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의 주장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성실히 일해 성과를 내는 근로자의 경우 호봉제때 보다 더 많은 임금을 수령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관련해 기업들의 임금체계가 장기적으로는 단순호봉제에서 성과위주의 연봉제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근로자의 소득안정성을 보장하는 기본급을 중심으로, 근무성과를 반영하는 성과급과 직무 특성에 따라 일정 수당이 부가되는 형태로 임금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