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살펴보니 … 손 안 대고 '국경 강화'中, EU 이어 다음 타깃은 베트남, 대만, 일본, 한국트럼프 속내 확인 및 첨단·전통산업, 대·중소기업 편견 없는 지원 절실
  • ▲ 뉴욕항 인근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 뉴욕항 인근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선.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미국 주도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겨누고 있는 총구 방향이 보인다. 자국 경제에도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관세 카드를 꺼내 들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사회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나선 것이다.

    자칫 무모해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일단 효과가 있어 보인다.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25% 관세부과 소식에 곧바로 자국 군대를 동원, 미국과의 국경에 대한 경비 강화를 약속했다. 이를 통해 마약의 일종인 펜타닐 유입 차단은 물론, 불법이민자의 입국을 막는 데 합의를 끌어냈다.

    관세를 무기로 주변국에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략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1기처럼 '미치광이 전략(madman theory)'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게다가 지난해 미국의 무역적자가 사상 최대 규모인 918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관세전쟁은 더욱 가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전세계 증시는 흔들렸고, 비트코인은 들썩였다. 이 같은 롤러코스터 현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을 얻을 때까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의 첫 싸움인 캐나다와 멕시코 관세전쟁이 끝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데 있다.

    '한 달 유예'로 잠시 시간은 벌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200여개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인 우리 기업들의 대미 수출경쟁력 저하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88개 그룹 중 25곳이 캐나다에 110개, 멕시코에 91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대부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인 만큼 충격 여파는 크지 않다.

    다만 삼성, LG 등 가전 공장이 위치해 았는 멕시코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단기간에 미국으로 공장 이전이 쉽지 않은 만큼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번 미국의 무역 적자 상대국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타깃은 분명해진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폭이 2954억달러로 가장 컸다. 이어 △유럽연합(EU) 2356억달러 △멕시코 1718억달러 △베트남 1235억달러 △아일랜드 867억달러 △독일 848억달러 △대만 739억달러 △일본 685억달러 순이었으며 한국은 660억달러로 9번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긴 관세 전쟁 총성은 인플레이션 우려감을 키웠고,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기준금리 인하를 멈췄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 역시 금리차에 따른 외화 유출 부담으로 인하를 주저하고 있다. 딜레마다. 금리를 낮추자니 1400원을 넘어 1500원까지 바라보는 달러 환율이 걱정이고, 금리를 유지하자니 내수침체에 따른 민생경제가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정국에 휩싸인 우리 정부의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고 큰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 마저 놓칠까 걱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긴 관세 총성의 목적은 승자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종착역은 분명 아니다.

    단순히 미국 이외 다른 국가로 판매량을 늘리고, 생산기지를 옮기는 대책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눈앞의 부분적인 현상에만 사로잡히게 된다.

    총구는 오랜 우방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중국, EU 등으로 사정권을 넓히고 있다. 곧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사정권이다.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정책과 중국 기업의 딥시크 출시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비자 물가가 2%대로 반등하고 소비도 꽁꽁 얼어붙었지만, 여·야 정치권은 추가경정예산 조기 편성에 동의하면서도 책임을 따지기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미국 관세와 딥시크 변수에 따른 지원을 위해 최소 34조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신설했지만 반쪽짜리다. 작금의 위기 상황에서 첨단산업과 전통산업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 짓는 것은 옳지 않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산업은 지원이 필요하고, 정유·화학, 철강 등 전통산업은 지원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

    모두가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려면 편견 없는 지원이 절실하다.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흐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속도감 있게 정확히 파악해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얻어 낼 초고단수의 외교력과 정치력이 어는 때 보다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