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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시설공단(강영일 이사장)이 철피아(철도+마피아)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 한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철도궤도업계에 따르면 철도공단은 오는 20일까지 경전선 진주~광양 복선화 궤도부설(진주~횡천/횡천~광양) 기타공사 2건에 대한 PQ(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 신청을 받는다.
문제는 해당 공사 설계에 PST(사전제작형 콘크리트슬래브) 공법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PST는 검찰의 철도 비리 수사과정에서 현직 의원이 실용화 및 설치확대 등과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재판 중인 자재다.
검찰은 현재 구속 기속 중인 조현룡 의원이 PST 납품업체인 삼표이앤씨 전 대표로부터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삼표이앤씨는 삼표그룹의 계열사로 국내 철도궤도 업계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1위 업체다.
특히 철도공단이 궤도 설계에 PST공법을 반영하면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공법은 삼표이앤씨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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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궤도업계 관계자는 "PST가 포함된 사업의 경우 삼표이앤씨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라며 "할 테면 해보란 식으로 PQ심사에 앞서 본인들 견적서를 경쟁사에 공문으로 보낼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철도공단의 행태가 더 가관"이라며 "철도공단은 업계의 이의제기에 대해 설계에 반영된 것이니 따르라는 답변으로 전형적인 갑질만 일관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PST공법은 종전의 직접타설 콘크리트도상궤도와 달리 규격화된 콘크리트 슬래브 패널을 공장에서 사전에 제작, 현장에 시공하는 방식이다.
철도궤도는 열차 운행 시 안전과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철도공단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납품과정과 실용화과정의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철도공단은 비리 논란이 일고 있는 PST공법을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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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T는 삼표이앤씨와 철도공단이 실용화 협약을 맺은 2011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 8월 중앙선 망미터널 구간(5.2㎞)에 시험부설된 후 2012년 경전선 반성~진주 구간(7㎞)에 시험부설됐다.
하지만 두 구간 모두 PST공법의 핵심기술인 충전층부분에서 균열 또는 파손이 발생해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해 6월 코레일이 실시한 망미터널 현장 점검에서는 무려 342곳에서 충전층이 파손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전선 구간 역시 개통 8개월 만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해 철도공단이 연 성능검증심의위원회에서 심의위원 8명 중 공단 직원 1명만이 '적합' 의견을 냈고 나머지 7명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PST는 망미터널 시험적용 때부터 업계에서 예견됐던 대로 호남고속철도 설계에도 반영됐다.
철도궤도 업계 관계자는 "시험부설 당시 업계에서는 삼표이엔씨가 직접타설 방식이 있음에도 굳이 문제가 예상되는 PST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당시 삼표이엔씨 관계자 역시 발주처에서 해보라니까 손해를 감수하면서 하는 것이라고 엄살을 떨었는데 결국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철도궤도업계는 국민의 생명이 직결될 수 있는 분야에 또 논란이 되는 자재를 계속해 반영하는 철도공단의 행태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발주된 울산~포항 복선전철 신경주~포항 궤도부설공사의 경우 공사기간 등을 고려할 때 설계변경이 어렵다는 철도공단의 해명을 받아들인다 치더라도 새로 발주되는 공사에 그대로 PST를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경전선 구간은 이미 2013년 설계가 끝난 부분으로 궤도구조선정기술심의위원회에서 PST 공법의 우수성이 인증 됐기에 설계에 반영된 것"이라며 "제조사와 국회의원간 비리 논란은 있지만 PST공법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보이기에 이를 변경해야할 이유도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PST공법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며 신기술 특허공법 사용협약이 있기에 시공사와 삼표간 협의가 안되면 공법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