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교수, '성인지의학'으로 여성암 주도 '한국 최고 유방암전문의' 명성 우울증까지 동반되는 유방암 "세심한 배려와 진료 필요" 이대병원 여성암환우회 활발 환자 가족력까지 듣는 세심한 진료로 새 사람 만들 것 "향후 5년내 세계 최고 여성암 병원·유방암 백신 만드는게 목표"
  • ▲ 이대목동병원 문병인 교수ⓒ이종현 사진기자
    ▲ 이대목동병원 문병인 교수ⓒ이종현 사진기자


     

    [조안나가 만난 명의] "같

  • ▲ 이대목동병원 문병인 교수ⓒ이종현 사진기자

    은 사물을 봐도 여성과 남성이 느끼고 표현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같은 질환이라도 남녀 간 차이를 고려해 치료를 달리해야 한다는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으로 여성암 연구를 주도하는 의사가 있다. '분홍 리본'이 잘 어울리는 남자, 유병인 이대목동병원 여성암센터장을 만났다. "꿈이 뭐냐"고 묻는 어른들의 질문에 툭, "사업가입니다"라고 말하던 그는 대한민국 여성암 분야의 선구자가 됐다. 삶을 마주함에 '시간'과 '사람'의 중요성을 가슴에 새긴다는 그는 현재 대학병원에선 갖추기 힘든 '환자와의 교감'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꿈에도 잊지 못할 고교시절이 지금의 문병인 교수 이끌어"

     

    문병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후 미국 UCLA 유방암연구소 연구 교수를 거쳐 이대여성암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본 병원의 유방암센터는 대학병원 최초로 유방암만 전문적으로 설계, 설립한 의료기관이다. 그는 현재 이대여성암연구소장도 겸하고 있다.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꼭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중‧고교시절엔 은사님…, 또 고교시절 결코 잊지 못할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그는 학창시절 등굣길 1,2위를 다투던 지기를 의료사고로 먼저 보내야 했던 이야기를 고백했다. 그의 친부 또한 맹장수술과 담낭수술을 받아, 당시 논 3마지기를 치료비에 부담했다. "아버지의 일에, 친구까지 그렇게 되고 나니 허망했습니다. 그 일 이후 반드시 외과전문의가 되어야겠다, 다짐했죠."

     

    "문병인 자네, 이리와 봐. 너 유방 내분비해", 멘토 한마디에 一言半句없이 "네"

     

    펠로십 제도가 처음으로 생겼던 지난 날, 원서를 내러 가는 길에 우연히 그는 유방전문가를 양성하려는 목표를 가진 선배를 마주치게 됐다. "그 당시 여성암분야는 거의 황무지였습니다. 갑상선 수술도 누구나 하는 수술 정도로 중요한 파트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을 인지하는 의료인은 적었죠."

     

    1993년 전공의를 마친 그는 유방암연구회를 결성하고, 1996년에는 유망암학회도 만들었다. 이듬해 2월, 이대병원 유방암내분비학과 교수로 취임해 지금까지 유방암 전문의의 길을 걷게 됐고, 여성암분야 불모지인 환경 속 대학병원 최초로 유방센터를 건립해 냈다.

     

    "유방, 감상선암 등은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제 모토였습니다. 그 중 유방에 힘을 많이 실었죠. 유방파트는 실로 다이내믹합니다. 암세포도 다양하고 미세한 부분에서 연구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죠. 학문적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분야입니다." 현재 유방암은 91%의 완치율을 보인다.

     

    특히 그는 유방암 환자가 4-50대에 집중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위암, 대장암 등은 6-70대가 많아요. 유독 유방암만 중년에 집중해있습니다. 이 시기는 폐경 전후로, 여성으로서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심리적으로 세심한 부분까지 케어를 해줘야 합니다." 유방암은 대게 우울증과 동반돼서 나타나기에 이를 중점적으로 다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 ▲ 이대목동병원 문병인 교수ⓒ이종현 사진기자

     

     

    "삼성서울병원이나 아산병원 가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보호자 질문에 "걱정 마세요" 할 수 있는 자신감, 대한민국 NO.1 여성전문병원이기에 가능해

     

    친모를 유방암으로 잃고, 아버지만 둔 한 자매가 어느 날 그를 찾아왔다. 유방암은 유전질환 중 하나다. 언니는 당시 악성6종 판정을 받고 2차 수술까지 이대여성암병원에서 받았다. 그 동생 또한 유방암 판정을 받아 힘든 치료과정을 감내해야만 했다. 문 교수는 두 자매가 눈 한번 찡긋 없이 항암치료를 해내던 순간을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고 했다.

     

    자매의 아버지는 처음에 삼성서울병원이나 아산병원을 언급했지만, 문 교수의 자신감에 마음을 돌렸고 오늘날 각별한 사이가 됐다. 문 교수는 "이대여성암병원의 특징은 여자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병원"이라며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컨베이어 벨트식의 단 몇 분 진료, 기계화된 진료는 절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어 "병을 고치는 것보다 사람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웃어보였다.

     

    이대여성암병원은 환우회 모임이 잘 결성돼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사람을 고친다'는 문 교수의 의료경영철학이 담겨있는 대표적 사례다. '파워 업 강좌'로 맞춤별 사후관리 및 환자의 심적 상태를 팀으로 운영‧관리한다. 환우회가 봉사활동을 하는 곳은 이대여성암병원이 유일하다. 재능기부도하는 등 환우회 자체적으로 후원회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1%입니다. 명품과 명품이 아닌 것의 가름은 1%가 좌우합니다." 이대여성암병원의 1%로 그는 조기검진 원스톱 의료서비스를 들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수술까지 소요되는 전 과정이 1주일을 채 넘지 않는다. 암치료는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실제로 그는 밤을 새거나 개인 시간을 선뜻 할애해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 또 그는 빠른 수술도 중요하지만, 세밀하고도 정확한 수술의 결과에 방점을 놨다. 그는 무조건적인 절제는 지양해야 한다며 재건술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보존율은 75% 수준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 ▲ 이대목동병원 문병인 교수ⓒ이종현 사진기자

     

    "향후 5년 안에 세계 최고의 여성암 병원 & 유방암 백신 만들 것"

     

    현재 이대여성암병원은 여성암 치료 5등 안에 랭크돼있다. 일 년에 600례 정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새 삶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병원, 그것이 저의 최종지향점입니다." 나아가 그는 유전성으로 오는 경우는 10%이며 일반적으로 3% 미만이라고 죄책감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또 미리 절제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에게 "유방암은 100%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며 완치율이 높으니 절망치 말라고 조언한다. 유방암의 발병 요인 중 90%는 환경적인 부분이 차지한다. 출산연령이 낮아질수록 유방암 환자수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서구화된 식습관은 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개인적인 꿈으로 "5년 안에 유방암 백신을 만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책과제로 지원금을 따내는 등 현실화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에 있습니다. 자궁경부암 백신과 같이 유방암 또한 백신 만드는 것 가능합니다." '치료로 변화된 환자를 보고 더 큰 보상을 받는다'며 웃어보이던 그의 꿈이 이뤄지길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