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경영환경에 대한 사자성어 조사…신년에도 험난 전망
  •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 하는 12월. 중소기업인들은 경영환경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올해는 '기진맥진(氣盡脈盡)'을, 내년은 '필사즉생(必死則生)'을 가장 많이 꼽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임원 500명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환경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사자성어로 물은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3.3%가 '필사즉생'이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이어 거주양난(去住兩難) 27.4%, 속수무책(束手無策) 13.0%, 극세척도(克世拓道) 11.4%, 제구포신(除舊布新) 11.0%로 순으로 나타났다.

     

    필사즉생은 '죽기로 싸우면 산다'는 뜻으로 중소기업 경영 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뜻의 거주양난, '손을 묶인 듯이 어찌할 방책이 없어 꼼짝 못하게 된다'는 뜻의 속수무책도 내년 경영환경이 좋지 않음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개척한다'는 극세척도와 '묵은 것을 버리고 새 것을 펼친다'는 제구포신은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올해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조사 대상 중소기업인의 42.2%는 기진맥진(氣盡脈盡)을, 36.2%는 천신만고(千辛萬苦)를 꼽아 올해 경기가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내년 경영환경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76.2%는 '내수경기 부진'을 들었다. 글로벌화가 취약한 국내 중소기업의 처지를 감안해 보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은 2년7개월째 '내수부진'을 최대 경영애로로 꼽고 있다. 이어 '세계경제 회복불투명'과 '대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도 각각 37%와 25.8%로 나타났다. 세계경제 회복 불투명은 수출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의 실적 악화는 협력중소기업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 하락'도 23.6%를 차지했다.

     

    내년엔 중소기업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 맬 것으로 보인다. 내년 경영전략으로는 중소기업 10곳 중 8곳(81%)이 '경영내실화'를 꼽았다. 여느 해보다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원가나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어 '위기대응시스템 구축(30.2%)'과 '글로벌시장 진출확대(28.8)'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 2015년 전망과 2014년 진단에 사용된 사자성어 ⓒ중기중앙회
    ▲ 2015년 전망과 2014년 진단에 사용된 사자성어 ⓒ중기중앙회

     

    따라서 중소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본격적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거나 내수에서 수출전환을 통해 탈출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여느 해보다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중소기업들이 내년 한 해 정부에 희망하는 정책으로는 응답자의 45.6%가 손톱밑 가시 등 '규제완화'를 꼽았다.

     

    정부가 규제해소를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경영일선에서 여전히 각종 규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대기업의 국내투자 유도(39%)'와 '중소제조업 육성(31.6%)'도 시급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B2B시장에서 대기업에 판로를 의지하고 있는 만큼 대기업들의 투자가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이뤄져야 중소기업의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

     

    이번 설문조사와 관련해 중기중앙회 김경만 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할 만큼 내년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면서 "그러나 중소기업도 과거와 달리 위기대응시스템을 마련하고 수출전환을 준비하는 등 대응전략이 다양해져 희망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