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최대 실적'... 전자업계 올 승자 폭발성장 中 스마트폰 주춤 등 악재 잇따라 우려
삼성·SK하이닉스 발빠른 미세공전 전환 "기술개발 속도 높여 격차 더 벌인다"
  • ▲ 20나노 8기가비트(Gb) LPDDR4 기반 4GB 모바일 D램. ⓒ삼성전자.
    ▲ 20나노 8기가비트(Gb) LPDDR4 기반 4GB 모바일 D램. ⓒ삼성전자.


    내년 후반기면 메모리반도체(D램) 시장에 불어 닥친 '비정상적 호황기'가 끝나고, 기술력이 낮은 기업들은 과거 처럼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한해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20년 만에 찾아온 호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불과 2~3년 전 극심한 불황기로 문을 닫았거나 명맥만 유지해왔던 반도체 회사들도 올 들어 대거 기사회생한 것이다.

    일례로 대만의 이노테라는 2012년 퇴출 직전까지 몰렸지만 올 3분기 4000억이 넘는 순이익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D램 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내년에 2배까지 늘리겠다는 발표하기도 했다. D램은 반도체 기억 소자로 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이다.

    내년에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봄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모바일기기 판매가 늘고 있는 데다 PC용 서버 교체 등으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HD)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 SSD와 D램 반도체인 DDR4 등 고부가, 차세대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이르면 내년 중반쯤 고점을 찍고 내려가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중국 스마트 폰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한데다 PC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며 "반도체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대해 "대부분 기업들이 물건만 내놓으면 흑자를 볼 정도로 시장이 너무 따뜻하다"면서 "'비정상적 호황기'라고 얘기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1990년대 20여개에 달하던 반도체 회사가 불황을 겪으며 5~6개로 줄어든 것처럼 내년 후반기쯤 또 다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면서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구조로 뒤바뀔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관측이 적중한다 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이들 기업은 지금처럼 '모두가 승자'인 구도보단 기술개발 속도로 승자를 정하는 시장이 싸우기 더 편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재 20나노 공정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칩의 크기와 전력소비량은 줄어들고 처리속도는 빨라진다. 우리 기업들은 미세 공정 기술 개발 속도를 높여 메모리반도체 가격을 낮추는데 주력하고 있다.

    '20나노 기반 D램' 양산체제를 구축한 삼성은 내년 말까지 전체 D램 생산량 가운데 최소 40%, 최대 50%를 20나노 기술로 만들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D램 제품군에 20나노 공정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20나노 기반 D램 비율을 전체 공정의 10% 수준으로 맞춘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나노 공정 전환을 계획대로 마친다면 우리 기업들의 세계 메모리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올라갈 것"이라면서 "호황기가 끝난다고 해도 기술력이 있다면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반도체 전자상거래사이트 D램익스체인지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으로 D램 시장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50.7%(1위), SK하이닉스가 27.6%(2위)를 차지했다. 내년 D램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16% 커진 약 60조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