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불발되긴 했지만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 해석"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블록딜(장외 대량매매) 형식으로 매각을 추진하다 무산되면서 현대글로비스가 하한가를 쳤다. 반면에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후 합병 여부가 점쳐졌던 현대모비스는 11% 급등했다.

    13일 오전 10시53분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가격하한폭까지 내려간 2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전거래일대비 4만5000원(15.0%) 내린 수준이다. 반면에 현대모비스는 같은 시각 전장대비 2만7000원(11.34%) 급등한 26만5000원을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 12일 장 종료 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씨티그룹을 통해 블록딜 방식으로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지분 13.4%를 매각하겠다고 투자가들에게 공지했었다. 이를 통해 정 회장 부자(父子)는 1조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방대한 물량과 일부 조건 등이 맞지 않아 이번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주주의 지분 매각 시도로 글로비스 주가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도 "대주주의 지분 매각 시도와 경영권 승계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글로비스 주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봤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조 이상의 큰 규모고 할인폭이 7.5~12%로 비교적 큰 것으로 보아 매각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이번 거래가 무산되긴 했지만 시장은 이번 딜을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구체적 액션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는 달리 현대모비스에 대해서는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가 합병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그러나 불발되긴 했지만 이번 블록딜 시도를 통해 합병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대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로 정의선 부회장은 매각대금으로 정몽구 회장 모비스 지분(6.96%) 양수에 따른 상속세 지급 또는 현대제철·기아차의 모비스 지분(각각 5.66%, 16.88%) 인수 등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이 높았었다"며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취득이 이뤄질 경우 지배주주 프리미엄 발생 근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