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발효 … 현대차·기아 각각 5조·4조 피해2분기 실적 보릿고개 불가피 … 부품 가격도 줄인상토요타·GM 경쟁사도 가격동결 … 버티기 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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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기아 양재 본사 ⓒ현대차그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자동차와 일부 부품에 대한 25% 관세를 발표하면서 자동차 업계에선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실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수출량이 많은 현대차·기아의 실적이 수조 원씩 감소할 것으로 전망, 이들의 영업이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7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자동차 및 주요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는 지난 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부품도 이 시점부터 미국으로 수출 시 25%의 관세가 붙게 됐다.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증권가에선 현대차·기아의 투자의견을 조정하는 리포트들이 잇따르고 있다.실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일 발간한 리포트에서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상호관세에서 자동차는 제외되면서 이중과세는 면했지만,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 특성상 가격 경쟁력 하락에 따른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에서다.한국투자증권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가 적용되면 현대차가 낼 관세 부과액이 총 5조14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이는 현대차의 지난해 미국향 수출량인 63만8000대에서 전기차 6만7000대를 제외한 47만 대와 평균판매단가(ASP)인 3610만 원을 가정한 수치다. 전기차는 장기적으로 현대차의 미국 현지 공장인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수출 물량을 대체할 것으로 가정했다.기아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국산 25%, 멕시코산 25% 관세가 부과되면 기아의 관세 부과 금액이 3조9996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와 기아 각 연간 영업이익의 30%에 육박하는 액수를 내야 하는 셈으로, 양사가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만 무려 9조 원이 넘는다.향후 미국 내 판매량 및 실적이 어떤 변화를 보일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임원들은 당분간 현재 판매 중인 모델들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현대차 미국법인은 지난 4일(현지시각) 올해 6월 2일까지 2개월 동안 현재 판매 중인 모델들의 MSRP를 올리지 않겠다고 공식화했다. 가격 상승 가능성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실제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인상할 계획은 현재 없다"라며 "이번 결정은 소비자를 지원하고 이들의 구매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기아 미국법인 역시 조만간 비슷한 내용의 가격 동결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가격인상을) 현재로서는 아직 검토를 안 했다"라며 "아직 그런 것을 이야기하기에는 좀 너무 빠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이들이 가격을 동결하는 이유는 관세 부과가 시행되자마자 가격을 먼저 올릴 경우 현지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토요타, 혼다, GM 등도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당분간 동결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현대차와 기아는 미리 미국으로 출하한 재고분과 미국 내 생산 물량을 버팀목으로 삼아 최대한 오래 가격을 동결할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향후 미국 내 판매 차량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한 업계 관계자는 "향후 몇 달간은 각종 대책을 동원해 가격을 동결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격 인상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가격을 유지하기엔 현대차·기아에 부과되는 관세액이 너무 크다"라고 말했다.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생산 확대도 자동차 가격 상승을 막지는 못한다는 분석이다.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차 부품과 원자재 등을 모두 미국 내에서 조달하지 못한 만큼 부품·원자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라며 "이는 완성차 가격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한편 현대차와 기아는 오는 25일과 28일 각각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6.57% 증가한 43조3300억 원으로 집계됐으나, 영업이익은 4.25% 줄어든 3조4060억 원으로 예상됐다.기아도 1분기 매출이 5.47% 늘어난 27조6465억 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영업이익은 11.9% 감소한 3조198억 원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