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주택은 사실상 공공임대 성격…서민 주거 불안 외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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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파트.ⓒ뉴데일리DB
    ▲ 아파트.ⓒ뉴데일리DB

     

    국토교통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려고 기업형 민간임대 시장을 육성하기로 했지만,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은 거꾸로 낮추는 등 공급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가 공급물량을 완화해준 재개발 임대주택은 사실상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성격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을 5%포인트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이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때 임대주택을 반드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이 가구 수 기준으로 최대 5%포인트 줄어든다. 소형주택 의무 공급을 위해 도입한 전체면적 기준과 의무건설비율 하한은 없앴다.


    지금까지는 재개발 사업 때 지역별로 전체 가구 수의 5~20%(수도권 8.5~20%, 지방 5~17%), 전체면적 기준은 3~15%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이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이 인수해야 했다.


    앞으로는 가구 수 기준이 최고 비율에서 5%포인트 낮아져 수도권은 전체 공급 가구 수의 15% 이하, 지방은 12% 이하만 각각 확보하면 된다.


    다만 재개발사업지 내 기존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이 지자체 고시 물량보다 부족하면 지자체장이 최대 5%포인트까지 의무건설비율을 다시 높일 수 있게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면서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물량은 오히려 줄였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는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기업형 민간임대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부지 일부를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장기임대로 공급하면 건축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줄 계획이다.


    국토부 사업유형을 보면 임대리츠 등이 조합과 약정을 맺고 일반 분양물량 전부를 사들여 기업형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재개발 사업의 경우 임대주택의 매력이 일반 분양주택보다 덜한 상황에서 조합이 얼마나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부지를 공급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국토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현재로선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내에서 기업형 임대사업자 요건(매입임대형은 100가구)을 충족하는 수준의 부지가 기업형 임대주택용으로 전환 공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공급 규모만 따져보면 의무건설비율 완화로 임대주택 물량만 5%포인트 줄게 되는 셈이다.


    또 재개발에 의한 임대주택은 시·도지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수할 수 있어 공공임대로 봐야 한다는 견해다. 즉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가 영세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기업형 민간 임대주택을 육성해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면서 공공임대로 전환할 수 있는 재개발 임대주택 물량은 줄이는 것이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완화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이지만, 임대주택 확보라는 측면에서 보면 기업형 임대주택 육성과 엇박자를 내는 격”이라며 “기업형 민간임대가 초기 임대료 제한 규정 등이 없어 서민 주거정책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접근 시각의 차이로, 정부는 의무건설비율 완화 등으로 규제를 풀어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하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결과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도 늘 것으로 본다”며 “사업성을 높여줘 공급물량을 늘리기 위한 출구전략의 하나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는 조합원 입장에선 수익률 증가가 기대된다”면서 “다만 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에서 물량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임대주택 건설비율 완화는 재개발 추진이 확정된 구역의 수익률 보전에는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재개발시장의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저하돼 있어 시장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