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 "대출 고객이 싼 금리 찾아 이동 못하게 '갑질' 하는 은행권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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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이 지난 주 “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최대 1% 인하하겠다”고 밝힌 이후, 중도상환수수료에 대한 관심이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이런 가운데 본지가 은행연합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사이트에 공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시중은행들이 중도상환수수료를 징수하는 것과 달리 저축은행은 일부 상품에 대해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축은행이 예금담보대출·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상품 종류별로 수수료가 다른 반면, 대부분의 은행들은 일괄적인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2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 기준, 1.5%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
1.5% 수수료를 요구하는 은행은 △광주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협은행 △신한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외환은행 △우리은행 △제주은행 △하나은행 등 10개 은행이다. 이들 은행들은 대출상품 종류에 관계 없이 같은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기업은행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 방침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자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하된 수수료는 오는 2월 5일부터 적용된다”고 밝혔다.대출상품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적용하는 은행은 가계대출 기준 △경남은행(1.5~2.0%) △국민은행(0.7~1.5%) △대구은행 (1.0~1.5%) △부산은행 (0.5~1.0%) △전북은행 (1.0~2.0%) △한국씨티은행(1.5~2.0%) 등 6개다.이 밖에 농협은행은 1.4%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징수하는 걸로 조사됐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상품별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다르게 적용했으며, 특히 예금담보대출의 경우 수수료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서울시내에 소재한 저축은행 중 예.적금담보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모두 별도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징수하지 않았다.
예.적금담보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서울시내 저축은행은 △대신저축은행 △더케이저축은행 △삼성저축은행(예적금담보대출) △신한저축은행 △푸른저축은행 △하나저축은행 △한신저축은행 △현대저축은행 △KB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이다.단,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상당수의 저축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높은 2%의 중도상환수수료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금융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 부과에 대해 “부과의 취지가 잘못됐고, 소비자에게 ‘갑질’을 하는 수단이 되며, 은행들의 담합을 유발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는 달라져야 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정 금리의 장기 대출이라면,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겠지만, 만기가 3개월인 단기 대출자금을 2개월만에 갚았다고 해서 은행이 실질적으로 입는 손해는 없다는 것. 그럼에도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조 원장은 또 “대출 고객들이 더 싼 금리를 찾아 이동할 수 없도록 소비자를 묶어두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소비자에 대한 은행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수수료율이 1.5%로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은행들이 소비자를 위해 경쟁하기보다는 담합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 측은 “계약조건에 따라 시중은행 역시 중도상환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각 은행별로 마련된 대출 상품 종류가 다양하고, 고객별로 계약 내용 또한 달라지는데, 이 같은 개별 내용들을 모두 공시하기는 어렵다”며 “은행이 모든 경우 중도상환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