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노조 집행부 이어 대의원도 강성 점령…사무직노조 설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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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이 악화일로를 걷는 모습이다. 노사는 지난해 마지막 날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임단협 타결에 청신호를 켜는 듯 했으나, 조합원투표서 부결된 후 제대로 된 교섭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노조 대의원선거에서 강성성향의 조합원들이 대거 당선됐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또 희망퇴직 실시에 반발한 사무직 인원들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금속노조 가입을 통해 복수 노조를 신설했다는 점도 사측에 부담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경쟁사들은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고, 수주 영업에 열을 올리는 등 생산적인 활동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30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14년도 임단협 진행상황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잠정합의안이 조합원투표서 부결된 것은 지난 7일인데, 이후 노조 대의원 선거가 진행되며 재교섭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지게 됐다.

    지난 27일 열린 대의원 선거에서는 강성성향 인사들이 3분의 2이상 의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3년 말 12년 만에 강성 집행부가 들어서더니, 이내 대의원단 역시 같은 색깔을 띠게 된 것.

    강성 노조위원장이 방향타를 잡은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 20년 만의 파업을 강행했으나 온건성향의 대의원단과 불협화음을 보이며, 파업 동력 자체는 크지 않았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전환점으로 사측이 향후 만족스러운 임금인상안을 제시하지 못할 시 집행부와 대의원단이 함께 전면파업을 유도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퇴직 실시에 반발을 한 사무직 인원들이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을 통해 복수노조를 설립했다는 점도 회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수주는 물론 주가도 전년 대비 반토막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복귀한 권오갑 사장은 임원의 31%를 잘라내고, 성과위주의 연봉제를 실시하는 등 대대적 체질개선에 메스를 들었다. 군살을 빼고 더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1960년생 이전 출생자 중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일부 사무직 인원들은 사실상 정리해고가 아니냐며 복수설립 노조에 나섰다. 이에 가입한 인원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으나, 생산직 노조들과 연대활동을 펼쳐 사측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선박 및 해양설비 발주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일본 및 중국 조선사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등 국내 조선업계가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쳐야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 노조리스크가 장기화될 시 점차 수주활동에도 제한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선박을 발주하는 입장에서는 똑같은 기술력을 보유한 조선사가 있다면 선박을 인도받는데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좀 더 노사 신뢰가 돈독한 업체를 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고, 적극적인 수주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일찍이 임단협을 타결 했고,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 29일 노사 상호 양보를 통해 임금협상의 매듭을 지었다.

    이 두 회사는 이 달 들어 각각 한국가스공사와 SK해운으로부터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4척과, 2척을 수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