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마리 토끼 사냥 나선 LG전자 '부담'... "고차 방정식 풀어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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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올레드와 퀀텀닷을 올해 TV 라인업으로 내세워 '투트랙' 전략을 펼치겠다는 LG전자가 되레 퀀텀닷의 약점을 알리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이다. 그러나 정작 LG전자의 올 한해 곳간을 책임질 TV는 올레드가 아닌 퀀텀닷이다.
LG전자는 애초부터 올레드 생산 목표치를 높게 잡지 않는 등 퀀텀닷 판매에 집중할 의도를 보여왔다. 앞에선 올레드를 띄우면서 실제 수입원으로는 퀀텀닷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이처럼 이율배반적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퀀텀닷을 주력으로 내세운 삼성전자 등 경쟁업체에 견제구를 던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퀀텀닷을 공격해 올레드에 반사이익을 주겠다는 고도의 마케팅 전술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같은 날 기업 설명회를 동시에 열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는 퀀텀닷과 올레드 TV를 '양날개'로 달고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췄다.
하지만 이날 LG전자의 'TV 주인공'은 단연 올레드였다. LG전자는 당시 올레드 TV는 퀀텀닷과 비교 자체가 안 되는 한 세대 높은 수준의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레드 TV는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인 반면 퀀텀닷은 기존 LCD TV를 개량해 만든 제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올레드는 퀀텀닷에 비해 생생한 칼라, 뛰어난 응답속도, 넓은 시야각 등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올레드 TV를 띄우기 위해 퀀텀닷을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설명회에 참석한 증권회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올해 LG의 TV 마케팅 전략이 올레드와 퀀텀닷의 대결구도 형성’인 것 같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처럼 LG전자는 올레드와 퀀텀닷 TV투톱으로 내세웠다고 밝혔지만 골을 넣길 바라는 마음은 올레드 쪽에 확실히 기울어있음을 사실상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은 1등과의 비교다. 이렇게 하면 1등은 못 넘어서더로도 최소 2등은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면서 "LG가 이런 주장을 펼쳐온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는 좀 더 공격적인 홍보전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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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그러나 올레드가 올 한해 골망을 쉬원하게 흔들어줄지는 미지수다.
퀀텀닷과 올레드는 비슷한 실력의 골잡이가 아니다. 퀀텀닷은 이미 검증이 끝난 LCD 계열 선수고, 올레드는 수년간 가능성만 보여준 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유망주에 가깝기 때문이다.
수년 내로 올레드가 퀀텀닷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관련업계의 중론이긴 하지만, 그 시기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레드는 약점인 '높은 가격'을 극복해내지 못할 경우 유망주 딱지를 아예 떼지 못할 수도 있다.
LG전자 역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올해 올레드 TV 생산 목표를 50~60만대 정도로만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평판TV 판매량의 0.2%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LG전자의 마음은 초조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고 올레드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가해온 탓에 올해부터는 올레드를 곳간 살림만 빼먹는 불효자에서 보탬이 되는 효자로 돌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올레드는 LG전자 TV의 자존심이다. LG전자는 현재 OLED TV 진영에서 홀로 남아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OLED TV를 양산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도 LG전자가 최초다.
문제는 세계 TV시장 1위 삼성전자가 올레드의 진격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TV에 'SUHD'라는 명찰을 달아주며 삼성만의 유전자를 심는 등 퀀텀닷을 올해 주력 상품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올레드 TV 출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주도 하에 퀀텀닷이 인기몰이에 성공해 기를 펴게 되면 올레드는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할 확률이 높다. 퀀텀닷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되면 올레드의 설 자리가 반대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국 LG전자는 올해도 퀀텀닷이라는 '대세'를 따라가면서도 올레드를 띄워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퀀텀닷에만 집중하면 되는 삼성전자보다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퀀텀닷(양자점)은 전류나 빛을 받으면 각각 다른 색을 내는 양자를 나노미터(nm) 단위로 주입한 반도체 결정이다. 퀀텀닷 TV는 양자점 기술을 적용해 LED 방식보다 색재현율을 높인 LCD 패널 TV다.
이와 달리 올레드 TV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라는 광원 없이 자체적으로 발광하기 때문에 더 얇은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등 차세대 TV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