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행 'CRT·PDP TV' 다음 타자는... 'OLED·LCD' 생존경쟁 치열
  • CRT(브라운관)에 이어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해 사업철수를 선언한 일본 파나소닉에 이어 PDP 패널을 생산했던 삼성SDI도 올해 5월 패널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LG전자까지 지난달 28일 생산·판매 중단을 공식화했다. 사실상 PDP TV시장이 막을 내린 셈이다.

    PDP TV가 이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까지 50여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PDP TV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CRT(브라운관) TV는 이미 오래 전부터 과거 유물처럼 인식되고 있다. CRT TV가 언제 다른 TV들에게 밀려 안방을 빼앗겼는지 정확한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1897년대 후반부터 CRT 기술이 보급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약 10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리다 소멸한 것으로 계산된다.

    이들 외에도 FED TV란 게 있었다. CRT TV의 약점인 큰 두께와 흐린 화면을 개선했다고 해 한때 주목을 받았었지만 대형 화면 구현이 어렵다는 약점 때문에 LCD(액정 디스플레이) TV에 밟혀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박물관으로 들어갈 다음 TV는 무엇일까.

    앞선 기술을 무기로 PDP TV와 CRT TV, FED TV 모두를 역사 속으로 보냈던 장본인, LCD TV가 될 확률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LCD TV도 미래 기술로 평가받는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TV와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약점을 보이면 바로 퇴출되는 그동안의 TV역사와 비춰볼 때 LCD TV는 절박한 처지에 놓여있다.



  • ◇ 미래 기술 OLED.. "3~5년 내 TV시장 평정한다"
    OLED TV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종이처럼 가볍고 얇으며, 플렉서블(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제품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LCD에 비해 색을 재현하는 능력과 응답 속도가 뛰어나다.

    TV두께와 무게도 LCD TV의 3분의 1 수준이다. 선명도에선 LCD가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앞서있다.

    OLED TV의 가장 큰 특징은 광원(백라이트)이 아예 필요 없다는 점이다. 액정이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 발광 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이처럼 빛을 내는 모듈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심지어 구부릴 수도 있다.

    OLED는 이런 강점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TV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OLED가 영토를 넓혀나가는 데 선봉장을 맡은 건 LG전자다. 올 9월 말 출시된 55인치 OLED TV를 한 달 만에 1000대 넘게 팔며 LG전자는 'OLED 전성시대' 개막을 알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20배가량 뛰었다는 게 LG전자 측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역시 OLED TV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겉으로는 UHD TV에만 전념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OLED관련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실제 판매만 안 하고 있을 뿐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UHD TV란 초고화질 TV를 뜻한다. HD방송 화면보다 4배 높은 화질을 자랑한다. LCD 기술을 기반으로 상업화에 성공한 최신 제품이다.

    결국 앞으로의 관심거리는 LCD TV가 주도하는 시장 생태계를 OLED TV가 언제쯤 깰 수 있냐는 점이다.

    올해 초 OLED의 광(光)효율 높일 수 있는 '나노 광추출 시스템' 개발해 화제를 모았던 김용현 부경대 교수 지난 3일 "미래 기술인 OLED가 3~5년 내 TV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LCD를 넘어설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OLED는 여러 장점들을 앞세워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면서 "영화에 가끔 등장하는 투명하고 두루마리처럼 감아서 사용하는 최첨단 TV가 OLED를 통해 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 삼성 커브드 UHD TV(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 삼성 커브드 UHD TV(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 기득권 쥔 LCD.. "시장 점유율 더 높일 것"

    하지만 LCD도 손 놓고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기세다. 발전하는 속도를 계속 높이면서 OLED를 따돌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전 세계 UHD TV시장에서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36.6%로 1위에 올랐다. 유럽에서의 지난 3분기 점유율은 무려 60%대에 달한다. 커브드(곡면) UHD TV라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통해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OLED TV가 아닌 UHD TV에 집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OLED가 갖은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OLED는 UHD를 비롯해 LCD 계열 TV보다 가격이 높은 데다 수명이 짧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숙제를 풀기 전까지 삼성은 앞으로도 UHD TV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전력을 짤 방침이다.

    실제 OLED는 유기물질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수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는 TV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자체 발광 기술 역시 모듈로 광원을 공급하는 방식보단 수명을 떨어뜨린다. 가격 역시 LCD TV보다는 평균 2배 가까이 비싸다.

    OLED 성패는 '가격과 수명' 문제를 얼마나 빠르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LCD의 경우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두께는 얇아지고 해상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800만 화소인 UHD를 뛰어넘는 1600만 화소의 제품들도 최근 모습을 속속 드러내고 있다. OLED가 갖은 미래 기술들을 LCD 기반 제품들이 상당 부분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LCD TV는 다른 TV들을 제치고 경쟁에서 이겼으며, 그 기술은 이미 성숙됐고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반면 OLED TV는 잠재력은 매우 크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많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OLED 기술의 발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수명이 짧다는 문제도 과거에 비해 많이 해소돼 상업화할 수준까지는 도달했다"며 "관련 업계의 지속적인 투자가 전제된다면 LCD는 OLED에 따라 잡힐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UHD TV는 갈수록 얇아지고 선명해지면서 OLED의 필요성을 못 느끼게 하고 있다"며 "OLED가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영영 먹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 용어 해설 >
    * CRT(브라운관) TV : 화면 뒤편이 불룩 튀어나온 TV다. TV 속 전자총에서 나온 전자가 브라운관 유리에 칠해진 형광물질을 타격해 나온 물질로 화면을 만들어 낸다. 화질이 고르고 부드럽다는 게 장점이다. 반면 화면이 커질수록 가장자리가 일그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두께도 문제다. 화면 크기가 30인치를 넘게 되면 두께가 50cm에 달하게 된다.

    *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 : PDP의 원리는 형광등과 비슷하다. 두 유리판 사이에 형광체를 넣은 다음 전압을 쏴 발광시키는 구조다. 시야각이 넓고 색상과 채도가 커 색감표현이 좋다. 그러나 전기 방전을 통해 빛을 낸다는 점 때문에 전력 소비가 많고 발열도 심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 LCD(액정 디스플레이) TV : LCD의 원리는 수많은 액정을 규칙적으로 배열한 패널을 전면에 배치한 뒤, 그 뒤쪽에 위치한 백라이트가 빛을 가하도록 한다.

    백라이트에서 전해진 빛은 각각의 액정을 통과하면서 각기 다른 패턴으로 굴절한다. 이 빛이 액정 패널 앞에 있는 컬러 필터와 편광 필터를 통과하면 굴절 패턴에 따라 각기 다른 색상과 밝기를 띈 하나의 화소가 된다. 이들이 모여 전체 화면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선명한 화면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소비 전력이 다소 높은 점이 단점이다.

    *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 TV : OLED 액정은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백라이트가 필요 없다. 자발광 기술 덕에 응답속도가 100만분의 1초로 액정보다 1000배 이상 빠르다. 응답속도가 높을수록 화면에 잔상이 남지 않고 완벽에 가까운 자연색 표현이 가능하다.

    두께도 1mm 이하인 초박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전력효율도 뛰어나다. 그러나 가격과 수명 등 기술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