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날 매월 최소 50만원씩 타계좌서 입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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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미생' 속 급여통장 사진 ⓒ tvN '미생' 화면 캡처
#서울 양천구에 사는 A씨는 지난 달 5년 동안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퇴사 한달 뒤 그는 공과금 납부를 위해 계좌이체를 하는 과정에서 생소한 문장을 발견했다.
“타행 이체시 수수료 500원이 발생됩니다”
5년 동안 급여통장으로 월급이 입금되면서 누려왔던 '수수료 면제혜택'이 퇴사와 동시에 사라진 것. 적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수료지만 평소 계좌이체를 자주 이용하는 A씨 입장에서는 ‘계륵’같은 존재였다.
A씨가 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자 한 시중은행 창구직원은 좋은 팁을 알려줬다. 급여일로 정해둔 날짜에 매월 최소 50만원씩 ‘월급여’라는 명목으로 타계좌에서 급여통장으로 이체하면 수수료 면제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
회사가 개인의 급여통장에 월급을 입금하지 않아도 ‘급여통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해설] 은행에서 내놓는 '급여통장' 상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급여 이체시 수수료가 면제되고 수신금리 및 환율 우대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통장인데요. 직장인의 경우 매달 월급을 받기 위해 입사시 가장 먼저 만드는 통장이기도 합니다.
다만 은행에서 내놓는 급여통장 상품명 대부분에 '직장인'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 마치 회사에 재직 중인 사람만 급여통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통장 개설 조건을 꼼꼼히 살펴보면 가정주부처럼 재직 중이 아닌 사람도 급여통장을 개설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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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중은행의 급여통장 개설 요건을 살펴보면, 고객이 지정한 날(급여일)에 타계좌에서 50만원을 입금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정주부가 급여통장을 만들 경우, 남편 통장에서 부인의 통장에 매달 같은 날 50만원을 입금하고 부인의 통장에 표시될 문구에 '급여' 관련 단어를 넣어주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진짜 '월급'은 아니지만 '월급'처럼 보이게 만들면 급여통장의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한 시중은행 담당자는 '은행 전산시스템의 맹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은행은 급여통장 상품 출시 당시 대상을 직장인으로 정했지만, 통장 개설시 재직증명서나 원천징수영수증 등 직장인임을 증명해줄 수 있는 자료는 확인하지 않습니다.
단지 은행 전산시스템은 급여통장에 최소 '50만원'이 급여라는 이름표를 달고 정해진 날짜에 입금되기만 하면 이를 '월급'으로 자동 인식한다는 것이죠.
A은행의 창구담당자는 "일반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수수료가 면제되지 않는데, 이를 내지 않게 해 달라고 요구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며 "그런 분들에게는 매달 50만원 입금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이런 방법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직원은 "직장인을 상대로 출시된 상품이지만 통장개설 요건의 허점을 이용해 혜택을 보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사례를 두고 은행들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급여이체성으로 입금이 되는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대상의 제한을 둘 수 없다고 합니다.
A은행 담당자는 "급여통장은 직장인들이 적금이나 다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수수료 혜택을 주는 상품인데 출시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일부 고객들이 통장 개설요건을 꼼꼼히 확인해 이를 활용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먼저 알려주지는 않지만 통장 개설 요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은행에 문의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인 셈이지요. 퇴사를 앞두고 있거나 수수료가 면제되는 통장을 만들고 싶다면 이런 점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