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 둔화… 물류비 부담 상승화주‧선사‧포워더 75% "해상운임 올해 이상"對中 관세 인상시 덤핑 물량 더 늘 수도중동사태 장기화, 글로벌 선복 조정도 부담
  • ▲ 부산신항ⓒ연합뉴스
    ▲ 부산신항ⓒ연합뉴스
    내년 수출 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물류비도 크게 올라 수출기업들의 고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미국이 대(對)중국 관세를 강화할 경우 갈 곳을 잃은 물량들이 물류비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무협)가 23일 발표한 '2025년 글로벌 해상운임 전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주‧선사‧포워더로 구성된 응답자의 74.4%가 내년도 해상운임이 상승(39.8%)하거나 현 수준을 유지(34.6%)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은 23.6%에 그쳤다.

    운임 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요인으로는 ▲중동사태 장기화(21.9%), ▲글로벌 선사의 선복 공급조절(21.8%), ▲중국발 밀어내기 물량 증가(14.2%)가 꼽혔다. 중동사태 이후 글로벌 선사들이 수에즈운하 대신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실질 선복량이 감소하고 병목 현상이 발생해 운임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선사들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며 임시결항과 선박수리 등을 통해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무협은 전망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인상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의 밀어내기 물량이 급증하면서 단기간 내 해상운임이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5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산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인상을 발표한 이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306p에서 3733p로 2개월 만에 약 62% 급등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미주 노선은 항만파업과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 ⓒ한국무역협회
    ▲ ⓒ한국무역협회
    무협은 신규 선복 증가에 따라 2025년 총선복량은 전년 대비 약 6% 증가할 전망이나, 희망봉 우회로 인한 실질 선복 감소율(4~5%)과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율(3.3%)을 고려할 때 실질적 선복 증가 효과는 크지 않아 해상운임이 고운임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우리 수출기업의 물류 부담을 완화하는 정부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선사의 부산신항 수출 컨테이너 터미널 반입 제한 조치를 해제도 건의했다.

    반도체도 힘들다… 내년 수출 고전 심화

    실제로 한국경젱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 전망은 어둡다.

    산업연구원이 업종별 전문가 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1월 제조업 업황 전망 지수는 75로 이달 전망치 96보다 21포인트 급락했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이 124에서 65로 59포인트 추락했다.

    무협 국제무역통상원이 조사한 내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 전망지수는 96.1로 4분기 만에 기준선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15대 수출 품목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10개 품목이 기준선을 하회하며 내년 1분기 수출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출 전망 조사에서 내년 우리 수출 증가율은 1.4%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여건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지역으로는 미국이 48.7%, 중국을 42.7%로 꼽았다.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해상운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며 "운임 및 물동량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며 정부와 협력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