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조정단가 ㎾h당 '+5원' 유지해한전 재정 악화일로… 부채 200조 달해에너지 수입 의존도 높아 고환율에 비상탄핵 정국에 요금 인상 논의도 쉽지않아
  • ▲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의 전력량계. ⓒ뉴시스
    ▲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의 전력량계. ⓒ뉴시스
    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동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탄핵 정국 여파에 정부 정책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결정 요소인 연료비 조정단가가 현행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고환율과 수입 원자재 급등까지 겹치면서, 200조원에 달하는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위기 극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전은 23일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2022년 3분기 이후 '㎾h당 +5원' 기조는 11개 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에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직전 분기와 동일한 KWh당 +5원으로 계속 적용할 것"이라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해주길 바란다"고 통보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되며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 기준이 된다. 이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앞서 주택용 전기 요금은 지난해 5월 인상 이후 민생 안정을 이유로 동결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난 10월 평균 9.7% 인상됐다. 당시 산업부는 "별도의 요금 조정 없이는 누적 적자 해소는 물론 한전법에 규정된 사채 한도 목표 준수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이번에 연료비 조정단가가 동결됨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서는 다른 전기요금 구성요소인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이 조정돼야 한다. 당초 정부는 한전의 누적적자와 부채를 정상화하기 위해 점진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정부 정책 동력도 빠르게 상실돼 추가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 상황이어서다. 

    문제는 한전이 오랜 기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채 전기를 공급하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천문학적인 적자가 한전을 짓누르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3분기 흑자로 돌아 선 후 올 3분기까지 5개분기 연속 흑자기조를 유지했지만 그동안 쌓인 누적 적자와 부채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전의 올 3분기 말 기준 누적적자는 37조6906억원, 누적부채는 204조1248억원에 달해 재무구조 정상화는 요원한 상태다. 한전에 따르면 대규모 적자로 차입금이 증가해 지난해 기준 하루 이자비용만 약 122억원이 발생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정치 상황 불안정성으로 원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년만에 1450원대를 기록하는 등 달러 초강세로 원·달러 환율을 1500원까지 끌어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고환율 지속은 연료비, 전력 구입비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전에 치명타다. 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달러당 10원 상승하면 한전 연손실은 24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겨울철은 에너지 수요도 높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해왔다. 그간 추진해온 전기요금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막대한 재무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김동철 한전 사장은 "전기요금 조정이 지연되면 전력 산업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 생태계 전반의 동반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으로 누적적자와 대규모 차입금 발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한전이 계속 적자가 늘어나 지속가능한 상황인데다 원자재 비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요금의 적정 조정을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비용 상승 요인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