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에 팔려가는 현대증권의 윤경은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지난 3년간 탁월한 경영성과가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라지만, 그만큼 산적한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오릭스PE 측에서 매각작업 완료 후 CEO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어 윤경은 사장의 거취도 주목된다.

    ◇윤경은 현대證 사장 재신임…흑자전환·매각작업 등 경영능력 탁월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은 지난 24일 이사회를 열고 3월31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경은 사장을 3년간 연임토록 하는 안건을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의했다. 현대증권의 주주총회는 내달 13일 열리며, 주총에서 이변이 없으면 윤 사장 연임이 확정된다.

    1962년생인 윤경은 사장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각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증권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윤경은 사장은 파리바은행(現 BNP파리바)에서 금융인 인생을 시작, 이후 LG선물과 굿모닝신한증권(現 신한금융투자) 트레이딩 그룹 부사장, 솔로몬 투자증권(現 아이엠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지난 임기 동안 윤 사장은 구조조정 수행과 실적 턴어라운드를 실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냈던 현대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401억원을 기록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352억원으로 역시 흑자전환했고, 매출액은 전년대비 무려 44.0% 증가한 2조6505억원을 달성했다.

    또 두 차례나 연기됐던 매각작업도 최근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이끈 점도 연임성공에 몫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윤 사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 조직슬림화를 통한 매각가치 상승에도 기여했다.

    덕분에 오릭스PE는 현대증권을 장부가액(6100억원)이 훌쩍 넘는 약 1조463억원에 인수키로 하면서 매각 흥행에 성공했다. 향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도 보장하면서 자금확보도 무리없게 됐다.

    아울러 이번 재신임 안건 상정이 최근 오릭스PE에 매각되는 현대증권의 내부 안정을 위해 윤경은 사장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산적한 과제, '조직 안정화·매각 이후 거취 문제' 등

    그러나 현대증권이 새로운 주인을 맞는 과정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으로 어수선해진 조직 안정화 등 윤경은 사장이 당장 떠안은 과제가 많다.

    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릭스PE 측이 원하는 인사를 찾으면 임시주총을 열고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거나 교체하는 안건을 재상정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윤경은 사장의 거취가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릭스PE 측은 이번 이사회 안건과는 별도로 현대증권을 맡을 새로운 사장 후보 선별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종철 오릭스PE 대표도 최근 "새 사장 선임과 관련해 현대그룹과 논의할 필요는 없다"며 "윤 사장은 후보 중 한 명이며, 3월 중순께 유력후보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게다가 조직 슬림화에 따른 매각가치 높이기에는 성공했지만 노사갈등은 심화됐다는 점도 과제로 떠올랐다.

    앞서 윤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18개 지점 통폐합 및 400여 명의 임직원 희망퇴직을 받는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었다.

    이같은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추후 오릭스로 주인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단행될 수 있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어 내부 직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 강성 노동조합으로 알려진 현대증권 노조 측도 고용 안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번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어, 노사갈등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하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이동열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최근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성명서를 통해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수익을 내고 엑시트를 하는 것이 정석인 만큼 오릭스 역시 현대증권이 수익을 내면 언제든 되팔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근로 환경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