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액면가 5000원→500원으로 분할 결정
  • 300만원에 달하는 황제주 아모레퍼시픽이 10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이에 업계는 유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는 한편 다른 초고가주 기업들의 액면분할로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은 1주당 액면가액을 기존 5000원에서 10분의 1 수준인 500원으로 분할하기로 했다고 3일 공시했다.

    분할 대상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의 보통주·우선주이며, 이에 따라 발행주식 수는 보통주의 경우 기존 584만5849주에서 5845만8490주, 우선주는 기존 105만5783주에서 1055만7830주로 증가하게 됐다. 매매거래 정지는 내달 22일부터 5월7일까지 진행되며, 신주 상장은 5월8일로 예정됐다.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를 일정하게 나누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액면가액 5000원짜리 1주를 2500원짜리 2주로 만드는 식이다. 그동안 한국거래소는 '액면분할→유통 주식수 증가→투자자의 접근성 제고→기업 시가총액 상승'이라는 논리로 기업들에 액면분할을 적극 권장해 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는 상장 주식의 유통 주식수 확대에 따른 유동성 개선 및 거래 활성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액면 분할을 결정했다"며 "특히 이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접근성과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에 대한 유동성과 환금성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모레G와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이 각각 1만5832주, 1만2700주로 총 상장주식 수의 0.27%, 0.16%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적었다.

    시장은 주식분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액면분할 발표 직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이날 상한가에 근접한 326만6000원까지 뛰었다가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대부분의 상승폭을 반납, 결국 전거래일대비 0.39% 오른 28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양지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급증하면서 유동성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으로 보여진다"며 "업황과 실적이 워낙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발표한 것으로 보여지고 주가도 상승 흐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해외 사례에서도 액면분할 이후 실적과 업황이 좋은 기업들은 지수 대비 상승폭이 커졌기 때문에 아모레퍼시픽의 기업가치 및 주가에도 이번 액면분할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우량주의 사례에서 본 액면 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인데, 액면 분할 자체가 기업 가치(펀더멘털·fundamental)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액면분할 시 주가가 상승한 기업들은 대부분 해당 분기와 다음 분기에 실적 개선세를 보였고, 분할 이후 상승한 기업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지수 대비 상승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박유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액면분할이 아모레퍼시픽의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은 없으나, 유동성을 제공한다는 점이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아모레퍼시픽의 지속적인 브랜드 개발과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중국인 관광객 등 우호적인 영업환경에 힘입어 견조한 매출 성장과 마진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다음으로 액면분할 후발주자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는 롯데제과(180만원·이날 종가), 롯데칠성(172만8000원), 삼성전자(141만8000원), 영풍(132만6000원), 태광산업(116만7000원), 오리온(97만1000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