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후보자 유감 표명·결정적 하자 없어"
  • ▲ 유일호 국토부장관 후보자(왼쪽), 유기준 해수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 유일호 국토부장관 후보자(왼쪽), 유기준 해수부 장관 후보자.ⓒ연합뉴스


    이번에도 현역 국회의원 입각에 낙마 없다는 전통은 이어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9일 이례적으로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청문회 당일 채택한 데 이어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과보고서도 10일 채택됐다.


    위장전입과 탈세 의혹 등이 잇따라 제기됐지만, 후보자가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밝혔고 직무 수행과 관련해 결정적인 하자는 없었다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지난 9일 인사청문 절차를 마치고 전체회의를 열어 유기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농해수위 보고서는 종합의견에서 "(새누리당 현역의원인) 유기준 후보자가 내년 총선에 출마하고자 하면 재임 기간 1년을 채울 수 없어 해수부의 정책 시행에 차질을 초래함에도 출마 관련 의중을 명백히 밝히지 않아 우려를 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위원으로서 요구되는 준법성·도덕성과 관련해 유기준 후보자와 가족이 과거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있으나 후보자가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만큼 장관으로서 직무수행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유기준 후보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재정 등에 다년간 경험과 식견이 있어 우리나라 해양수산 분야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등으로 침체한 해수부 조직을 추스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통 청문회를 마치고 1~2일 뒤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이 관행임을 고려할 때 농해수위의 발 빠른 움직임은 이례적이지만, 청문과정에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우남 농해수위 위원장은 이날 청문회 끝에 "일부 의혹에 대해 자료 요청을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하지만, 해수부 장관이 77일째 공석이어서 오늘이라도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우남 위원장은 "설사 10개월짜리 장관이라도 3년 치를 일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한다면 (과거 상임위원회에서 같이 일해본 유기준 후보자의 역량 등을 고려할 때)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의 잇단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 표명 요구에 유기준 후보자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음에도 "후보자로 내정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출마하겠다고 밝혔는데 지금은 해수부 장관으로서 기한과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니 진일보한 답변"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날 농해수위 일부 의원은 현역 의원 출신 후보자가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탈락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다는 점을 의식한 듯 질의과정에서 "9부 능선은 넘은 것 같지 않느냐"며 청문회 통과를 기정사실로 하는 발언을 했다. 해수부의 특정 사업을 언급하며 장관이 되면 자신의 지역구를 신경 써달라는 발언도 나왔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도 10일 예상대로 채택됐다.


    국토위는 보고서에서 "국회의원과 민간활동을 통해 쌓은 폭넓은 이해와 경험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토교통 분야의 제반 현안에 적절히 대응하기에 부족하다는 다수 지적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후보자가 총선에 출마하면 장관 재임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해 국토부 주요 정책 수립·시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위장전입과 주택 매입가격 축소 신고는 국무위원으로서 요구되는 도덕성과 준법성에 못 미치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여야가 공통으로 문제를 제기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위는 "서민주거안정, 수도권 규제 합리화 등 국토교통 분야에 산적한 현안을 조속히 숙지하고 청문과정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정책제안과 지적사항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 주거복지 실현과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전날 야당 측이 유일호 후보자의 전문성 부족과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배우자의 영어학원 소득 의혹 등을 제기했지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이날 보고서 채택은 무난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0일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청문회에서 두 후보자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답변이 적절치 않았다"며 "대다수 국민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지만, 정작 후보자들은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고 말해 야당 내 보고서 채택 분위기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현역 의원의 기득권은 유지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내각에 참여한 역대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7명을 비롯해 총 59명이다. 현역 의원 출신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탈락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