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속형 넘어 AC→DC→벡터 제어 인버터로 '진화'성수기 앞두고 삼성-LG-캐리어 등 글로벌 시장서 뜨거운 한판
  • ▲ ⓒ캐리어에어컨.
    ▲ ⓒ캐리어에어컨.


    에어컨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찬바람만 내뿜던 기계가 에너지사용량을 스스로 줄이는가 하면 실내 환경을 조용하고 쾌적하게 바꿔준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어컨의 진화는 인버터 기술의 발전과 맥을 함께 한다. 에어컨은 크게 인버터와 정속형으로 나뉜다.

    정속형 에어컨은 실내온도를 25도로 맞춰둘 경우, 모터를 돌려 뜨거운 바람을 빨아내고 시원한 바람을 배출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런 다음 목표 온도인 25도에 도달하면 에어컨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일시 정지한다.

    이후 실내온도가 높아지면 또 다시 가동을 시작해 목표온도를 향해 달려간다. 이 같은 절차를 되풀이하다보면 에너지사용량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심장이 멈춘 에어컨을 다시 살려내는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인버터 에어컨은 심장이 멈추지 않는다. 목표로 잡은 실내온도가 돼도 에어컨이 꺼지지 않는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켜고 끄는' 부분을 없애 천천히 계속 운동하도록 한 것이다.

    자동차로 비유로 하면 연료를 많이 잡아먹는 가속과 브레이크 페달을 없애는 대신 차량이 알아서 적정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바로 인버터 에어컨이다.

    인버터 에어컨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시스템에어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다만, 가격이 정속형에 비해 비싸 아직 가정용 에어컨 시장까지 완전히 먹어 삼키진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인버터 에어컨은 계속 진화를 거듭하며 힘을 키우고 있다. 과거 인버터 기술은 단순히 유도 전동기를 사용해 에어컨을 꺼뜨리지 않고 회전속도만 조절할 수 있는 덩치 큰 기기였다. 교류(AC) 전기로 작동되기 때문에 AC모터, 또는 AC인버터라고도 부른다.

    초창기 인터버 에어컨은 튼튼하고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지만 효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

    이후 BLDC 전동기가 장착된 인버터 에어컨이 등장하면서 새 시대가 열였다. BLDC는 전동기 내부에서 돌아가는, 철심으로 된 부품을 영구자석을 바꿔 에너지효율을 대폭 높였다. 영구자석을 쓰게 되면 내부 발열이 사라져 효율이 올라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DC인버터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된 뒤 201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세 에어컨'으로 주름을 잡았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또 한 번 변혁이 일어났다. 이른바 '스마트 열풍'이 에어컨에도 불어 닥치기 시작하면서 '벡터 제어 인버터'이 탄생한 것이다.

    이 제품은 전동기의 모든 부분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최적의 상태로 운전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시스템을 장착했다.

    이를 통해 에너지가 낭비될 수 있는 구멍을 완전히 틀어막았다. 아울러 전동기로 전해지는 모든 전류를 검지해 모터를 최적의 상태로 운전시키고 속도와 토크, 효율 등 여러 공학적 특성들을 100%로 제어할 수 있다. 에어컨 소음과 진동도 크게 줄였다.

    벡터 제어 인버터는 현존 최고 기술인 만큼 아직은 일부 기업만의 전유물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 에어컨 등 메이저급 가전업체들만 생산할 수 있다.

    한편, 인버터 기술의 발전 못지않게 최근 '빌딩 공조시스템'도 주목받는 에어컨 기술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창문을 열 수 없는, 환기가 어려운 공간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300KM 속도로 빠르게 달리는 KTX 열차에 공조시스템이 채용돼 있다. KTX 속도가 빨라 실내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지만 열차 내부 승객들은 답답함이나 온도차를 느끼지 못한다. 공조시스템이 수시로 내부 공기를 환기시켜주고 적정 온도를 맞춰주기 때문이다.

    열차는 물론 온도에 민감한 박물관, 원자력발전소 등에 공조시스템이 채용돼 있다. 이 부문 1위는 캐리어 에어컨이다. 킨텍스와 인천공항, KTX, 국립중앙박물관, 주요 원자력발전소 등에 캐리어의 공조시스템이 들어가 있다.

    국내 인버터 시장의 경우 삼성과 LG가 각각 40% 점유율로 1, 2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리어 에어컨은 20%로 3위에 올라있다.

    삼성과 LG는 최근 글로벌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마케팅·영업 사원을 현지에서 직접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기업 간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마케팅과 A/S서비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시장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스마트 홈이나 빌딩 시대가 본격화되면 에어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