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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G전자가 2013년 무선 침구청소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무선 핸디스틱 청소기를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초 '코드제로 싸이킹'을 출시하며 무선 청소기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코드제로를 LG만의 브랜드로 내세워 차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렇게 탄생한 코드제로 청소기는 현재 국내외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세계 1위를 향한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작년 9월에 첫 선을 보인 무선 핸디스틱 청소기의 경우 3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만대를 훌쩍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또 코드제로 싸이킹도 올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청소기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1위를 자리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비결이 무엇일까. LG전자는 지난 3일 출입기자단을 경남 창원의 청소기 생산시설로 초대, 신바람 난 LG 청소기의 속살을 공개했다.
◇ '점검 또 점검' 완벽주의.. 청소기 1등 DNA 심는다
LG전자 창원 2공장, A1동. 봄철 성수기를 맞아 청소기 생산라인이 힘차게,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다. A1동에는 청소기를 비롯해 세탁기와 의류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주요 가전제품 제조라인이 한데 모여 있다.
A1동 2층에 들어서면 청소기를 찍어내는 V1라인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 라인은 '코드제로 싸이킹'을 생산한다. 바로 옆에 위치한 V2라인은 코드제로 핸디스틱과 침구킹 청소기를 만든다. V1과 V2는 모두 청소기 전용 라인이다.
이들 라인은 자동화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협력회사가 조립한 청소기 반제품을 라인에 태워 보내기 시작하면 바코드를 붙이고 포장을 하는 작업들이 순서대로 착착 진행된다.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청소기 포장을 자동으로 해주는 설비를 들였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34% 정도 높였다.
소비자에게 완벽한 제품을 안기기 위한 점검도 모두 자동 장치로 이뤄진다. '바코드 시스템' '카메라 시스템' '자동저울 시스템' 등이 대표적 예다. 바코드 시스템은 청소기와 호스, 노즐, 파이프 등 액세서리들이 완벽히 포장돼 있는지 확인한다.
카메라 시스템은 바코드 시스템을 통과한 제품을 다시 한 번 엑스레이 찍듯 촬영해 포장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두 개 과정에서 합격점을 얻은 제품들만 자동저울에 오를 수 있다.
자동저울 시스템은 관련업계에서 LG만 유일하게 채택한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제품과 액세서리들이 정확히 포장됐는지 무게로 가늠하는 기기다.
청소기 제조라인과 200mm가량 떨어진 곳에는 품질을 점검하는 '신뢰성 시험동'이 있다. 시험동은 청소기 성능과 수명, 내구성 등을 진단한다.
LG전자는 먼저 청소기 '주행 수명'을 검사하기 위해 일반 가정집과 비슷한 환경을 꾸며놓고 코드제로 싸이킹과 핸디스틱을 500시간 넘게, 다양한 바닥 환경에서 가동시킨다. LG전자 연구원들은 이 시간 동안 청소기 부품과 모터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지 실험한다.
청소기를 500시간 돌렸다는 의미는 거리로 환산했을 때 900km를 달렸는 말이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에 육박한다.
신뢰성 시험동 내에는 청소기가 한없이 불쌍해지는 공간도 있다. 청소기를 맨바닥에 마구 팽개치는가 하면 울퉁불퉁한 바닥을 쉼 없이 달리게 한다. '단차 주행 시험장'이라는 표지판이 걸린 이곳은 청소기 내구성을 점검하는 일종의 실험실이다.
실험은 청소기 본체를 바퀴가 달린 레일 가운데 걸어놓고 빠른 속도로 레일을 돌리는 식으로 이뤄진다. 청소기는 레일 위에 돌출돼 있는 손가락 마디 높이의 장애물들을 지나가게 된다. 이때 청소기 바퀴는 레일 위 장애물과 수없이 부딪치며 회전한다.
이 같은 악조건에서 청소기를 약 6년 이상 사용하더라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는 제품들만 고객의 가정에 들어갈 기회를 잡게 된다.
'로보킹' 청소기에 대한 수명을 점검하는 시험장도 있다. LG전자 연구원들은 로보킹이 청소와 충전을 반복하며 돌아다니는 동선을 일일이 체크, 이상 유무를 파악한다. 이밖에 배터리 방전과 소음 정도를 점검하는 것은 물론 인체공학 테스트 등도 진행된다. -
◇ 'LG=코드제로' 공식 탄생.. "명품 청소기 역사 쓸 터"
LG전자는 1979년에 진공청소기를 국내 최초로 출시한데 이어 2003년에는 로봇청소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세계 최초로 인버터 모터를 적용한 청소기도 2003년에 태어났다.
이후 2007년 '먼지 압축 컴프레서 청소기', 2010년 사용자가 청소기를 끌지 않아도 자동으로 몸체가 이동하는 '오토무빙 청소기', 2011년 카메라 2개를 장착해 공간 인식 능력을 높인 '듀얼아이 로봇 청소기' 등 '세계 최초'라는 머리말을 단 제품들을 차례로 내놨다.
그럼에도 그동안 LG 청소기하면 바로 머리에 떠오르는 마땅한 단어가 없었다. 청소기를 대표할 만한 브랜드가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LG전자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LG전자는 앞으로 'LG 청소기하면 코드제로'라는 이미지를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 알릴 방침이다. 코드제로를 통해 청소기 100년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게 LG전자의 목표다.
LG전자는 코드제로에 대한 연구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해왔다.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 초 로봇청소기를 비롯해 핸드스틱 청소기와 침구청소기, 일반청소기까지 모든 청소기 라인업에서 선을 제거, 무선 청소기로 바꿨다. 코드 제로 풀 라인업을 완성한 것이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기자단에게 "코드제로는 청소기 100년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며 "전 세계 소비자에 스마트하고 편리한 생활을 제공하기 위해 이 일을 끊임없이 계속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
◇ 청소기가 '전기차 배터리'·'세탁기 모터' 삼켰다!
"거추장스러운 선을 없애 청소를 즐기게 하자"라는 목표로 시작된 연구가 코드제로 청소기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선을 제거하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선 없이도 유선 청소기 못지않게 강력한 흡입력과 오랜 작동시간을 유지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 문제를 LG만의 첨단 기술력을 집결시켜 해결했다.
청소기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모터의 경우 LG의 세탁기 기술을 그대로 가져왔다. LG 세탁기의 인버터 모터 기술력을 활용해 무게와 부피는 줄이면서 효율은 30%나 높인 '스마트 인버터 모터'를 개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수명은 일반 모터 대비 3배 가까이 늘리고 에너지 소모는 31% 줄였다. 흡입력도 18%가량 키웠다.
배터리 용량은 LG화학의 전기차 기술력을 이용해 극대화했다. 최대 출력 전압 80V의 LG화학 리튬 이온 배터리 파워팩을 내장해 4시간 충전으로 40분간 청소가 가능하다. 아울러 핸드스틱 청소기에는 핸드폰 배터리를 교환해 쓰는 것과 마찬가지 형태로 파워팩을 하나 더 달았다. 이를 통해 충전 없이도 최대 70분 동안 청소할 수 있다.
사용자가 청소기를 끌지 않아도 본체가 스스로 따라오는 '오토무빙 시스템', 먼지를 자동으로 압축시켜 많은 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기술, 앞뒤로 회전하면서 머리카락이 엉키는 것을 방지해주는 '안티헤어브러시' 기능 등도 탑재했다.
기능 뿐 아니라 디자인도 빼어나다.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코드제로 싸이킹 청소기는 대상을 최근 차지한 바 있다.
◇ "세계 1등 다이슨 한판 붙자".. LG 글로벌 공략 강화
세계 청소기 시장 규모는 15조원 수준이다. 이 중 영국의 '다이슨'이란 회사가 20%대 점유율로 1위에 올라있고 나머지 기업들은 10%대 안팎의 지분으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LG는 다이슨을 넘기 위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미 기술력 면에선 세계 최고를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전자의 DD모터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청소기에 녹여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LG전자 신석홍 상무는 "다이슨의 경우 청소기 전문 업체여서 LG전자처럼 계열사의 숨은 기술력까지 가져다 쓸 수 없다"며 "세탁기와 전기차 기술력을 청소기에 옮기는 일은 다이슨과 차별화된 LG만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제품을 전량 한국에서 생산한다는 것도 LG만의 강점이다. 신석홍 상무는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품질 확보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한국에서 연구개발과 생산을 모두 진행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LG전자의 향후 목표에 대해 "다이슨을 이기는 것"이라고 짧게 답한 뒤 "코드제로 청소기가 다이슨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 중 호주와 유럽 등 해외 16개국에 코드제로 청소기를 판매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도 북미를 포함해 출시 대상지역을 넓혀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