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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가 올해 1분기(1~3월) 동안 갤럭시 S6의 흥행효과에 힘입어 준수한 성적표를 내놨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바닥 난 수주잔고를 채우는 일은 숙제로 남아있다.
삼성전기는 24일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 1조7765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2.8%, 영업이익은 457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작년 4분기(9~12월)와 비교해 76.5%나 급증했다. 다만 매출은 3.1% 빠졌다.
갤럭시 S6가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삼성전기도 함께 웃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갤럭시S6에 들어가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전자파차폐 흡수체(EMC) 등 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호성적에 불구하고 마냥 기뻐하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텅 빈 수주잔고 때문이다. 수주잔고가 없다는 의미는 장기공급계약이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기와 같은 부품 회사는 '기업 대 기업간 거래(비투비·B to B)'를 주로하기 때문에 수주잔고 개념이 중요하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비투씨(B to C)처럼 물건을 팔 때마다 곧바로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보니 계약 또는 주문 물량, 즉 수주잔고 커야 기업의 미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13년부터 수주잔고가 아예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동종업계인 LG이노텍의 경우 지난해 기준 무려 4조3140억원에 달하는 수주잔고를 쌓았다.
이에 따라 갤럭시 효과가 끝나는 올 하반기에도 삼성전기가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항상 매출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일만 해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삼성 의존도가 높았다는 의미"라며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건강한 구조는 분명 아니다"고 말했다. -
그렇다고 삼성전기의 미래가 마냥 어둡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 수주잔고를 늘리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힘을 빠르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베트남 공장을 세웠다. 최근 가장 뜨거운 스마트폰 부품 가운데 하나인 광학식 손떨림 보정(IOS) 카메라 모듈 등을 이곳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기는 늦어도 3분기 중에는 양산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 공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갈 구상이다. 삼성전기의 현재 현금 보유액은 1조1000억원으로 투자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다. 베트남은 중국대비 인건비가 70%가량 저렴해 기업 입장에선 원가절감에 따른 이득을 챙길 수 지역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대한 공략도 강화하는 등 시장을 다변화할 목표다. 중국의 경우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 채용이 늘어나는가 하면, 고사양 제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기에겐 기회의 땅인 셈이다.
삼성전기는 카메라 한대에 렌즈와 이미지 센서가 2개씩 들어가는 이른바 '듀얼 카메라' 개발에 집중하면서 무선충전과 솔루션 MLCC 등 기존 사업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