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무원연금 개혁이 '조금'의 덫에 걸려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뉴데일리 DB
    ▲ 공무원연금 개혁이 '조금'의 덫에 걸려 당초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뉴데일리 DB

     

    공무원연금 개혁이 '조금'의 덫에 갇혔다. '더 내고 덜 받자'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어느새 '조금만 더 내고 조금만 덜 받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여야가 "9부 능선을 넘었다" "아니다"라며 옥신각신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국회 공무원연금개혁특위의 안이다.

     

    양대 쟁점인 기여율과 지급률 중 기여율(내는 돈)은 9.5%로 가닥이 잡히는 모양새다. 당초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과 정부가 현재 7%씩 부담하는 기여율을 단계적으로 10%씩 부담하도록 인상해 그 합이 20%가 되는 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야당과 공무원 단체의 반발로 0.5%를 낮췄다. 공무원단체 일부는 8.5%를 주장하고 있고 다른 단체는 1960년 공무원연금 도입이래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1대1 매칭방식 조차 깨자고 요구하고 있다.

     

    공무원 8.5~9%, 정부 11~11.5% 등이 그것이다. 전공노 등은 아예 안 조차 내지 않았다. 29일 제시예정이라지만 불투명하다. 공무원단체들이 기여율을 지렛대로 삼아 지급률을 지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른바 '내는 돈'은 합의 가능성이 높다.

     

  • ▲ 지급률 쟁점은 양날의 검이다. 대타협과 무산의 갈림길의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뉴데일리 DB
    ▲ 지급률 쟁점은 양날의 검이다. 대타협과 무산의 갈림길의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뉴데일리 DB

     

    문제는 받는 돈인 지급률이다. 장기구조를 봐야하는 연금의 특성상 지급률을 줄이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IMF도 연금의 재정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받는 돈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 여당이 27일 실무기구에서 마지막으로 제안한 마지노선은 1.7%였다. 현행 1.9% 보다 0.2%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줄곧 1.65%를 주장했었지만 이 또한 양보했다. 1.65와 1.7%의 재정차이는 70년 기준으로 36조3000억원에 달한다. 1년 기준 500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공무원단체는 더 내는 것은 가능해도 덜 받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텨왔으나 최근 지급률을 1.79%까지 내릴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0.09% 차로 좁혀졌지만 결코 간단치 않다.

     

    타협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막판 타결 가능성도 높지만 무산 우려도 적지않은 이유다.

     

  • ▲ 국회 특위는 50여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뉴데일리 DB
    ▲ 국회 특위는 50여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뉴데일리 DB

     

    결국 현재까지 국회 실무기구 등이 50여회에 달하는 회의를 거쳐 찾은 접점은 '공무원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조금 줄이되 받게 되는 연금은 소폭 인상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애초 목표로 잡았던 공무원연금 개혁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달 초 인사혁신처는 그동안 제시된 5개 안을 기초로 내년부터 향후 70년간 최소 193조에서 최대 394조 규모의 재정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당장 그 효과는 반감되게 됐다.

     

    야당은 정부안대로라도 350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기대 난망이다. 여당 내에서도 정부 수정안이 최초 보다 100조 넘게 국민 부담이 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낸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 공무원연금의 적자보전에 지난 10년간 15조, 다음 정권 10년간 86조의 혈세가 들어가 개혁에 나섰는데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당장은 보험료가 올라 적자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미봉책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세차례의 연금개혁이 기여율과 지급율을 소폭 조정해 모두 실패로 돌아간 것을 지적한다. 2009년 단 한차례 지급률을 0.2% 포인트 내렸을 뿐 그 전에는 조정이 없었다. 급기야 29일 여당 대표의 입에서 조차 반쪽, 누더기 개혁이 되고 있다는 개탄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조금'의 덫에 걸려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오롯이 세금만 내야하는 국민들은 '조금'의 여유 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