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주당가치 13~15만원…자금난 증권사에 큰 호재금융당국 "독점으로 쌓인 상장차익 모두 가져가선 안돼"
  • 한국거래소의 IPO(기업공개)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거래소 지분을 보유한 증권사들과 금융당국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상장 차익에 대해 기대감이 높은 증권사들과 달리 금융당국이 환수 규모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상장될 경우 주요 증권사들이 많게는 1000억원 이상을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지주(가칭)를 설립하고 코스피, 코스닥, 파생상품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만든 다음 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거래소가 상장되면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증권사다. 현재 거래소 지분은 증권사와 선물사 등이 95.38%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거래소의 현재 기업가치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며 주당 가치를 13~15만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 닫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한국거래소가 상장한다면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오를 수 있다"며 "주가가 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거래소의 IPO추진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거래소가 상장하게 되면 주주로서 막대한 상장차익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의 기대처럼 거래소 IPO 이후 증권사들이 상장차익을 고스란히 얻기 위해서는 난관이 많다.

    당장 금융당국은 상장 차익의 일부는 그동안 거래소가 독점이익에 따라 쌓인 것이므로 기존 주주가 전부 가져가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 김학수 자본시장국장은 '거래소시장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주주들의 상장 차익의 일부는 그동안 독점적 이익이 누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상장 차익 전부를 기존 주주가 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거래소 상장차익 환원에 대한 주주들의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에도 거래소 상장 문제가 정부에서 심도 있게 논의된 적 있고, 정부 내에서도 검토했던 적 있다"며 "당시에도 주주가 전부 차익을 가져가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결론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시장 내에서 발생한 이익이기 때문에 자본시장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더 구체적인 사안은 상장시기에 주주들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상장차익 실현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업계는 부당한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오랜시간 지분을 보유했던 주주가 상장으로 발생한 차익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며 "상장 시 주주들의 차익을 당국이 제한하는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불황으로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거래소 상장이 호재가 될 수 있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자금이 필요한 증권사들은 거래소 상장에 따른 차익실현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은 물론 인수합병(M&A)와 해외진출, 신사업 발굴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의 추진 동력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거래소 지분은 각 증권사들이 5% 미만의 지분을 각각 나눠갖고 있다. 동일계열 금융사가 거래소 지분을 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자본시장법 규정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합병한 NH투자증권은 일시적으로 5%를 초과하는 7.45%의 지분을 들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도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거래소 지분을 5.82%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거래소 측은 이들 증권사의 지분 5% 초과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업계는 매입 금액이 얼마로 환산될 것이냐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