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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두고 반대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네이버 한 카페의 실체에 대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카페가 문을 연 시점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처음 삼성물산의 지분을 공시하며 선전포고를 날린 날짜와 맞물리는 데다, 카페 활동을 시작 하자마자 엘리엇을 옹호하는 내용의 자료를 쏟아내는 등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배후세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합병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엘리엇과 이 카페와의 커넥션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6일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인터넷 카페에 따르면 현재 이 카페 회원수는 3062명이다. 지난달 25일부터 의결권 위임에 대한 글을 올리며 회원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다. 의결권 위임 서류를 엘리엇 담당 변호사에게 우편으로 보내라는 게 골자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에서 성사 여부가 '표 대결'로 결정난다.
현재 카페는 회원들에게 합병이 이뤄질 경우 삼성물산 주식이 반토막 나는 등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회원들을 상대로 합병 반대 주장을 담은 전단지를 전국 아파트 단지에 붙여달라고 요구하는 등 적극성을 띄고 있다. 전단지를 붙인 뒤 증거사진을 보내면 활동비까지 지급하겠다는 식이다. 위임 주식 500만주(지분율 3.2%)를 모으는 게 이들의 1차 목표다.◇엘리엇 사태 예상 한 듯 하루 만에 일베 저격 카페서 합병 반대 돌변
그런데 뉴데일리 취재 결과, 이 카페 주인이 최근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3년 '일베 안티 연합'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카페를 운영을 하던 중 지난달 5일 지금의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라는 이름으로 돌연 변경한 것이다. 카페 주인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바꿨다.
보수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보 성향 카페가 갑자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막는 저격수로 나선 셈이다.
지난달 4일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 7.12%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날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이 대목에서 수상한 점은 하루 만에 수백여명에 달하는 기존 회원들을 제쳐놓고 합병 반대를 노골적으로 외치는 카페로 탈바꿈시키는 게 개인의 힘으로 가능하냐는 것이다.
새로 카페를 만들기에도 버거운 시간에 2년 가까이 운영돼왔던 곳을 하루아침에 이처럼 돌려놨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드리긴 어렵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보서비스 업체 한 임원은 "새로 카페를 만들게 되면 포털사이트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면서 "해당 카페 주인장이 이 점을 생각해 이미 활동 중인 카페를 인수한 것으로 보이며, 물리적인 시간을 따져 봤을 때 몇몇 개인이 하루 만에 이런 절차를 모두 마무리 지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카페 탄원서, 엘리엇 담당 법무법인 준비서면 완벽 일치 '사전 교감' 의심도
이뿐만이 아니다. 엘리엇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그리 많지 않았던 당시 상황에서 일개 네티즌이 하루 만에 수십개의 글을 카페에 올렸다는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이 카페에서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합병 반대 탄원서는 엘리엇의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넥서스가 재판부에 낸 준비서면 일부가 토시 하나까지 완벽히 똑같아 양측이 사전에 교감을 나눈 게 아니냐는 추론도 가능하다.
카페 주인 행보도 미심쩍다. 카페를 둘러보면 '소액주주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거창한 구호와 회원들에게 위임장 제출을 독려하는 게시판이 걸려있는 등 강력한 투쟁 의지가 느껴지지만, 정작 주인장의 활동은 소극적이다. 카페 주인을 바꾸자는 식의 불만 섞인 회원들의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만약 엘리엇이 이 카페와 연결돼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목표 투자수익을 챙기기 위해 한국에 건너온 엘리엇이 상대적으로 정보력이 취약한 소액주주에게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여론을 호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이 한국에 침투한 직후 카페가 만들어지고, 여론몰이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면서 "카페 주인장의 아이디를 추적해보면 현행법상 불법인 카페 매매 정황도 남아있는 등 급하게 만든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엘리엇 측은 "소액주주들이 (카페를 통해) 엘리엇이 지정한 법률사무소에 위임장을 맡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만 엘리엇과 카페의 연결점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