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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균의 이슈메이커] "연봉 6000만원인 사람들이 월급 200백만원도 안돼는 우리 삶의 터전인 전광판에서 농성 벌이면서 그 돈조차 못받고 있는 현실이 이해됩니까?"
지난주 전광판 운영업체인 명보애드넷 한 직원의 항변이다. 서울 시청 옆 국가 인권위 전광판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전하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지난달 11일부터 농성중인 한모, 최모 씨. 이들은 기아자동차가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기아차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농성 명분이다.
기아차 사내하청 소송은 현재 1심 판결 후 항소 진행중이다. 항소심을 거쳐 최종심까지 결론이 나야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 지위확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항소권을 포기하라고 강제하는 행위는 더이상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1심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강제하고, 타인의 재산을 불법 점유하고 있는 기아차 하청 노동자들의 행위는 더 이상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게 회사측 설명이다.
여기에 농성 방식도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 옥상에 위치한 전광판은 국가나 인권위 소유가 아닌 개별 회사 소유. 그중 '명보애드넷'이 운영권을 갖고 광고를 틀고 있다. 이 업체는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개인 소유의 재산을 무단 점거하고, 감전 등의 이유로 광고를 틀지 못하게 해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는 호소다.
기아차 사내하청 근로자의 평균연봉은 5,7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대기업 정규직 사원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월급 200만원도 안되는 명보 애드넷 직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다.
기아차 사내하청의 무단점거로 피해를 입고 있는 명보애드넷 측에서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피켓시위, 홍보물 배포 등에 나서고 있다. 국가인권위, 남대문경찰서, 국회의사당 앞, 기아차 화성공장 등지에서 고공농성의 부당성 및 조속한 농성 해제를 촉구하고 있다.
명보애드넷 관계자는 "우리와는 무관한 이들이 전광판을 무단 점거해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억울한 일이 있거나 주장할 것이 있다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고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지 이 방법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명보 애드넷 측에서는 호소문을 통해 "월급 지급은 커녕 도산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남이야 어찌 되었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쟁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난처한 입장을 밝혔다. 또 홍보물을 통해 "사업장 점거 철수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봉 6천의 기아차 하청 노조원들의 불법농성과 2달 가까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명보 애드넷 직원들의 플래카드 시위가 겹치는 풍경은 우리사회의 또 다른 씁쓸한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