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와의 법리 및 주총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지만 또 다른 변수가 발생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측은 작은 변수라도 사전에 대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사히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업계 역시 합병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결국 최근 떨어지고 있는 삼성물산의 주가 추가하락 방어가 변수를 줄이는 최선책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주가가 연일 약세를 보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에서 다수결로 결의된 사안에 반대하는 주주가 정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고 보유주식을 매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현재 주가보다 높을 경우 주주들은 청구권을 행사해 차익을 낼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과 그룹 입장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를 매수청구권 가격 위로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약서 상으로 양사를 합쳐 1조5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 있다. 약 2달 동안 벌여온 엘리엇과의 대결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두며 합병 가능성과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황이지만 주식매수청구권 대규모 행사라는 복병에 무릎을 꿇을 수도 있는 것.


    우선 제일모직의 경우 매수청구권 가격은 15만6493원인데 비해 23일 종가기준 17만2500원으로 제일모직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반면 삼성물산의 주가는 위험수위에 근접해 있다. 22일 삼성물산 주가는 5만9100원에 마감, 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에 비해 불과 1866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돼 매수청구권 가격 아래로 주가가 떨어진다면 지난 17일 주총에서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던 주주들이 대거 매수청구에 나설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업계는 특히 삼성물산 주가가 주총 이후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2일의 경우 4거래일 만에 상승반전에 성공했지만 이를 제외한 최근 낙폭이 컸다. 지난 17일 합병주총당일 10.39% 폭락했고, 지난 20일과 21일에는 각각 3.38%, 1.33%가 빠지며 주당 6만원선이 무너졌다. 23일에도 1.66%(1000원) 하락하며 전날(22일)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삼성물산과 그룹 입장에서는 지난해 과도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이 무산된 선례를 남겼던 전례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


    재계는 내달 6일까지 행사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의 대규모 행사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면 주총 당시 찬반 행사 여부와 관계없이 주총이 열리기 전이었던 지난 2일부터 16일 까지 합병 반대의사를 통보해야 했지만 매수청구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합병 반대를 통보한 개인투자자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엘리엇의 행보다.


    삼성물산 주가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하락해 매수청구권 가격 아래까지 내려갈 경우 삼성물산 지분 7.2%를 들고 있는 엘리엇이 앞장서 주식매수청구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의 지분 7.2%에 해당하는 주식수는 총 1112만5927주로 매수청구권 기준가(5만7234원)을 기준으로는 6367억원 가량을 만들 수 있다.


    이는 합병을 무산시키기 위한 총 금액인 1조5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엘리엇 스스로 합병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합병 이후 줄어들게 될 지분율로 더이상 경영권을 두고 앞으로 엘리엇이 뉴삼성물산을 흔들기에도 역부족이고, 현재로서는 당분간 삼성물산의 주가가 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에서 반대세력을 최대한 모아 삼성에 마지막까지 장애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에 대한 엘리엇의 영향력은 이미 사라졌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문 기업사냥꾼으로 통하는 엘리엇이 손실을 보고 주식을 팔고 손을 털어버릴 것이라는 예상은 힘들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합병을 무산시킬 확실한 우호세력이 없다면 엘리엇 역시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역시 자체 분석 결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는 주식수를 모두 합해도 1조5000억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 중이다.


    여기에 만약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규모가 1조5000억원을 소폭 상회하더라도 삼성측이 이로 인해 합병을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합병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