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좋게 하려고·글로벌 은행 만드려고… 은행별 이유 가지각색'동어반복 브랜드 만든다고 글로벌 은행 되나'… 금융권 안팎 비판도

  • KB국민은행, KEB외환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BNK부산은행. MG새마을금고…

    국내 일부 은행 및 금융회사들이 쓰고 있는 브랜드 명칭이다. 상당수가 그 은행을 나타내는 행명 앞에 영문 약자(이니셜)을 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 작명법은 타 업계에서는 흔하지 않다. 'SS삼성', 'HD현대' 등의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LG나 CJ같은 경우도 사명(社名) 자체를 바꾸었을 뿐, 영문과 한글을 반복 나열하는 '동어반복식 브랜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역전앞'·'외갓집'과 같은 영문-한글 동어반복형 브랜드를 쓰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조사해봤다.

     

    이들 금융사들은 △새 브랜드 출시를 통한 이미지 제고 △금융지주사 출범을 널리 알리기 위함 △글로벌 금융사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 표현 등의 이유로 영문 약자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새 브랜드로 좋은 이미지 쌓기 위해…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모회사인 BNK금융지주의 옛 명칭은 BS금융지주였다. '부산'의 약자 BS를 브랜드명으로 쓰던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경남은행을 인수한 후, 올해 5월 BNK 브랜드로 바꾸었다.

    BNK금융 관계자는 "부산 & 경남이라는 의미와 Beyond No.1 in Korea라는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표 지역금융그룹으로서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새 브랜드는 아니지만, 브랜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경우도 있다.

    MG새마을금고의 MG는 원래 '마을금고'라는 뜻이었지만, 지난 2013년 '좋은 것을 만든다'는 뜻으로 'Make Good'이라는 의미가 새롭게 부여됐다.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CI(Company Identity : 기업이미지) 통합 작업을 새롭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도 유사하다.

     

    국책은행인 이 은행의 정식 명칭은 '중소기업은행'이다. 하지만 '중소기업만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브랜드명에서 '중소'라는 글자를 생략하고, 대신 Industrial Bank of Korea의 약자인 IBK를 붙인 것이다.

    ◇ 금융지주사 출범 널리 알리고자…

    금융지주사 탄생을 새롭게 알리기 위해 영문 약자를 도입한 금융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09년 민영화가 추진되면서 산은금융지주와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된 바 있다. 이 당시 금융그룹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KDB를 붙여 사용했다는 것이 산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는 주택은행과 옛 국민은행이 통합하면서 통합은행명에 KB라는 영문이 붙은 사례다.

    통합은행 및 지주사의 탄생 시기에 맞추어 CI를 새롭게 제정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상징하기 위해 브랜드명을 'KB국민은행'으로 정하고, 지주사의 명칭 역시 '국민금융지주'가 아닌 'KB금융지주'로 정했다는 것이다.

    ◇ 글로벌이 대세라고들 해서…

    이들 금융사들은 대부분 2000년대 중후반에 영문 약자를 브랜드로 삼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사 관계자들은 "당시에는 '글로벌'이 유행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보니 경영진에서 '우리도 뭔가 국제화 세계화된 느낌이 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은행·기업은행·외환은행은 그 뿌리가 국책은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해당 은행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만, 외국에서의 인지도는 국내에 비해 부족하다.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진출하기 위해 이 같은 브랜드를 도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순히 그 당시 '글로벌이 대세'라는 이유로, 별다른 의미 없이 영문 명칭을 붙였다고 고백(?)한 관계자들도 있었다.

    복수의 금융사 관계자들은 "별 의미 없이 그냥 유행에 따라 브랜드를 만든 점도 있긴 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탓에 브랜드에 단순히 영문자를 붙인다고 해서 이미지 상승이나 글로벌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원은 "은행 명칭 앞에 영문자를 붙이긴 했지만, 내부 직원들 조차 영문자를 붙여 부르는 경우가 드물다"며 "당시 경영진들이 '영어를 넣으면 멋있어 보여서' 그렇게 지었는진 몰라도, 실제로는 동어반복이라 이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산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재규(33) 씨는 "단순히 은행 이름에 외국어를 넣는다고 세계적 은행이 될 것이라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사는 "한국에 진출을 꾀하고 있는 중국계 은행들도 영문자를 억지로 붙이지는 않았다. 영어 브랜드가 글로벌과는 별 관계없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